[매일일보=이정미 기자] 자산규모 125조원으로 국내 보험업계의 압도적 1위 업체인 삼성생명이 11월 27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생명은 23일 마감된 입찰에 참여한 국내 9개, 해외 9개 증권사 가운데 국내에서는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해외에서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BoA메릴린치를 뽑았다.
삼성생명의 상장은 국내 최대 보험사의 기업공개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그보다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주식시장에 상장됨으로써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해 삼성자동차와 관련된 채무를 갚고, 동시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증권시장에 상장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관문이 아직 남아있다. 무엇보다 삼성그룹을 둘러싼 법률적 잡음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잡음을 어떻게 잠재우느냐에 따라 삼성생명 상장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매일일보>은 삼성생명 상장을 앞두고 거론되고 있는 이슈와 논란들을 들여다보았다.
10년 걸린 삼성자동차 부채 상환 어떻게 해결할까?
경제개혁연대 “이건희 회장이 전적으로 책임져라”
삼성그룹은 1999년 6월 30일 삼성차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자신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씩으로 계산해 채권단과 관련업체에 담보 제공했다.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은 또한 2000년 12월 31일까지 채권단에게 손실보상을 완료하고 채권단 손실 보상분이 부족하면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31개의 계열사가 그 손실분을 책임지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그룹은 태도를 돌변해 약정내용을 거부하면서 약정이 무효라고 주장했고 이에 삼성자동차 채권단은 법원에 삼성차 채권원금 2조4500억 원과 지연이자를 포함해 총 4조7380억 원의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2008년 1월, 재판부는 1심에서 1조6천여억 원 상당의 원금과 연 6%를 계산한 손해배상액 6900억 원의 2조 3천여억 원 채권단에 지급해야한다고 명령했고 쌍방의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약정금 청구소송은 법원이 조정을 권고한 상태.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상장을 차질없이 진행해야하는 삼성의 입장에서는 이 사안을 조정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현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 삼성특검 수사과정을 통해 드러난 차명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지분율 20.76%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만약에 삼성차 채권단과의 조정에서 삼성이 이자를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건희 회장은 99년 채권단에게 주식 350만주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면서 삼성생명 상장 후 주가가 70만원을 밑 돌 경우 50만주를 추가로 내놓겠다고 한 바 있고, 이는 이 회장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의 자리를 2대주주인 에버랜드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이 50만주를 추가로 출연하면 지분이 18.26%까지 떨어지는데, 에버랜드의 현재 지분은 제일은행 신탁분 6.0%를 포함하면 19.34%에 이르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순환형 지분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전무가 최대주주이다.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된다면 금융지주회사법상에 따라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로 자동 전환되고, 그에 따라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는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계열사 지분을 5%이하로 낮춰야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회사 지분은 삼성물산 5.1%, 삼성전자 7.5%, 호텔신라 7.3%, 에스원 5.3% 등으로, 특히 삼성전자 지분 7.21%는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에 해당하는 지분. 그룹 전반의 지분구조 균형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삼성 측이 이런 상황을 우려 해 삼성의 계열사들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이자를 분담함으로써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지 않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11월 17일 “보상금은 문제의 발단을 제공했던 이건희 전 회장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결자해지 차원에서도 합당하다”며, “삼성차 부채처리에 따른 부담을 삼성전자 등의 계열사에 전가하면 또 다른 법률적 파동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이미 10년 전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이건희 회장은 대표이사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2조5천 억 원을 나눠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논란 ‘상장 차익 배분’…보소연 소송 준비중
“회사 이익에 기여한 계약자 몫 정확하게 돌려주어야”
장외시장에서 삼성생명 주식의 현재 가치는 대량 주당 70만 원 선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삼성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51.76%의 가치는 무려 7조원에 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삼성생명을 상장하면서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30%를 초과하는 지분을 매각한다면 삼성그룹은 약 3조의 차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상장차익이 수조원에 달할 경우, 이것이 ‘주주’들에게만 모두 배당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삼성생명을 키운 보험 계약자들에게는 어떠한 권리도 없는 것인지가 또 한가지 논란의 중심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정부는 지난 2007년 상장차익을 계약자들에게 배분하지 않는 대신에 향후 20년간 1조 5000억 원의 공익기금을 조성하도록 하면서 논란을 잠재워 놓았지만 여전히 불씨는 살아있다.
그동안 생명보험회사가 상장 전 계약자 배당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던 보험소비자연맹(이하 보소연)에서는 최근 삼성생명의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도 배당해야 한다는 소송을 준비하면서 원고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보소연이 계약자배당을 주장하는 근거는 “생명보험은 미래의 사고발생확률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과거의 통계를 이용하여 정확한 보험료가 아닌 할증된 예정 보험료를 받고 차후에 실제발생률과 정산하여 배당이라는 명목으로 보험료를 정산하는 것인데 그동안 보험료를 더 받았거나 보험료를 투자하여 이익이 발생하였다면 당연히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생명보험의 기본원리”라는 것이다.
또한 보험업법 제121조, 동법 시행령 64조, 시행규칙 30-2조에 “보험사는 배당보험 계약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100분의 10이하는 주주지분으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계약자지분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보소연은 이 규정을 근거로 생보사가 상장하게 되면 회사의 이익 및 기대가치가 주가에 모두 반영되어 주주가 전부 차지하게 되므로 상장 전에 회사의 이익에 기여한 계약자 몫을 정확하게 따져서 돌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보소연은 “생명보험사들이 과거 부동산을 재평가해서 남긴 차익의 70%는 계약자 몫인데, 40%만 계약자에게 배당했고, 이중 30%는 자본잉여금에 전입시켜 자본금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 몫은 분명히 계약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소연의 소송 추진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이미 상장방안이 마련되어있고 그에 따라 진행하는 것인데 새삼스럽게 소송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