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올해 상반기 맥주 수입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 수출량을 웃돌자 국내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맥주 수입중량은 5만3618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1495t)보다 29.2% 급증했다.
이는 2000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최대 수준이며, 당시 맥주 수입량(3444t)보다 1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를 부피로 환산하면 1억600만병(500㎖/1병 기준).
올 상반기 맥주 수입금액은 5078만달러(52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3954만달러)보다 28.5% 역시 급상승,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더운 7∼8월 맥주 수입량이 연중 가장 많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맥주 수입금액은 1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관세청은 내다봤다.
같은 기간 맥주 수출량(5만3451t)은 0%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상반기 맥주 수입량이 수출량을 넘었다.
이에 따라 국내 주류업계도 새로운 브랜드의 맥주를 유럽 현지에서 발굴하는 등 고객 입맛 맞추기에 주력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벨기에 맥주 호가든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고, 카프리, 벡스, 스텔라, 레페, 코로나, 버드와이저 등도 수입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기린이치방, 크로넨버그1664 등을 수입하고 있다.
이들 맥주업체들은 자사가 수입하는 맥주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토종 브랜드의 맥주 판매가 감소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입맥주의 판매는 수익성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며 “늘어나는 수입맥주 수요 추세에 국내 자체 브랜드 맥주들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업체들도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제품력을 갖춘 새로운 맥주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청은 “최근 해외 여행이 활성화되면서 국내에서 맛보지 못했던 다양한 맥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술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업소용이 아닌 가정용 맥주 소비가 늘고 있는 점도 수입 맥주의 약진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가별 수입 맥주는 아사히·삿뽀로 등 일본 맥주(1만3818t)가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하이네켄 등으로 대표되는 네덜란드 맥주(8887t), 독일 맥주(7825t)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위였던 중국 맥주는 상반기 5067t이 수입돼 4위로 올라섰고, 미국 맥주(4214t)도 5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