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달 발표 될 정부와 금융당국, 중앙은행의 부양정책 카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16일 안심전환대출 시행 당시 형평성 문제를 겪은 서민들을 위한 각종 금융 지원 대책을 담은 서민금융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햇살론 등 정책성 서민금융상품의 강화를 검토하고 있으며 미소금융이나 새희망홀씨 등은 수혜대상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대출 한도를 늘리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비롯한 대출금리 상한선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현재 연 1.75% 수준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시장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고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10월, 올 3월 등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포인트나 내려 사상 최저 기준금리(1.75%) 시대를 열었다.
그러고는 2개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세 차례의 금리 인하 후에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오르고 소비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으므로 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산업생산이 4~5월 두 달 연속으로 감소세를 기록하고 수출은 올 들어 감소폭이 계속 커지는 등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 사태는 이번 금리 결정을 앞두고 최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메르스 여파로 기준금리를 더 내려 꺼져가는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한층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수출 전선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시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시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동결을 전망하는 시각이 여전한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간의 금리 인하와 부동산규제 완화에 힘입어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가 추가 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로 거론된다.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임박한 미국금리 인상 등 외부충격이 발생하면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할 최대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급증세를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 처지여서 쉽사리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도 어렵다.
경기부양 효과가 큰 추경을 편성해 메르스로 위축된 내수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달 중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렵고 제조업의 재고 부담도 높아 기업이 설비투자로 경기회복을 견인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추경을 하더라도 올해 예상되는 세수 부족(10조원 안팎)을 모두 상쇄해줄 만큼은 아닐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실제 2013년 추경의 경기부양 규모는 당시 세수 부족 규모인 8조5000억원에 못 미친 7조300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기 살리기 방안으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쓰는 문제를 놓고 다소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부진과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메르스의 악영향을 줄이려면 우선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함께 추가로 재정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메르스 사태를 기준금리 인하와 연결짓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재정정책은 피해를 본 업계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필요성이 거론되는 추경 편성 여부를 놓고 즉답을 피하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경기 반등에 걸리는 시간 등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