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7∼8월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외 여행을 앞둔 여행객들의 환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환전 시점에 따라 부담이 늘거나 줄 수 있어서다.
변화무쌍한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정답은 없다.
다만, 현재 추이를 봐서는 미국 달러화를 쓰는 곳으로 여행을 계획한다면 환전을 서두르는 편이 낫고, 일본이나 유럽으로 향한다면 환율 변동 추이를 지켜보며 출국 직전까지 환전을 미루는 게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두 달 새 가파른 상승세(원화가치 하락)를 지속하고 있다.
전일 기준의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152.1원으로, 2013년 7월 이후 2년 만에 다시 1150원대에 올라섰다.
4월 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68원선까지 떨어졌던 걸 고려하면 두 달 반 사이 무려 80원 넘게 상승한 것이다.
그리스 채무 위기와 중국의 증시 급락,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예고 등 대내외 요인이 환율에 골고루 영향을 미친 결과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2일(달러당 1097.5원)과 비교해도 원·달러 환율은 54.6원이나 올랐다.
미화 1000달러를 사려면 한 달 전에 비해 5만4600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외환시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기 때문에 변화 추이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현 시점에서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을 분석해 대략적인 방향성을 따져보며 적절한 환전 타이밍을 노려볼 수는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원화를 달러화를 바꾸려 할 경우 출국일까지 여유가 있더라도 환전 시점을 앞당기는 편이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한다.
서정훈 외환은행 연구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좀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인식이 더 강한 분위기”라며 “달러화를 사려 한다면 환전을 일찍 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스 사태나 중국 증시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에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전 세계에 흩어졌던 자금이 미국으로 다시 몰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의 상승(원화 약세) 요인이 된다.
이달 말까지는 기다려보라는 조언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월말이 다가올수록 국내 수출업체들이 월말 정산을 위해 보유한 달러화를 내다 파는 경향이 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정부가 특별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은 2년 전 고점인 달러당 1163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개인적으로 (달러화 매입) 환전을 한다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오고 수출업체 달러화 매도 물량이 쏠리는 이달 말에 하겠다”고 귀띔했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환전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편이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엔저 지속으로 엔화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100엔당 900원대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리스 사태 이후 최근 며칠 새 100엔당 920원대로 올라서 다소 비싸진 상태다.
유로화는 4월 저점(유로당 1152원)보다는 올랐지만 6월 이후 1250원대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엔화와 유로화는 중앙은행이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있어 강세보다는 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손은정 NH선물 연구원은 “엔화와 유로화는 이전처럼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달러화에 대비할 때 점진적인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환전 시기를 늦춰도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지 않은 셈이다.
서정훈 연구위원도 “그리스 사태를 겪으면서 엔화의 성격이 (안전자산으로) 바뀌었다가 사태 해결 이후 이전처럼 되돌아왔다”며 “엔화의 상대가치 하락이 더 크면서 원·엔 환율은 다소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