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미세한 폭으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한국경제의 성장궤도가 애초 전망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수출 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 성장률이 2%대(이하 전년 동기 대비) 초반으로까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한 것. 다만 민간소비 등 내수 회복세가 공고하지 않은 데다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점은 내년에도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5일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7%로, 내년 전망치는 3.3%에서 3.2%로 각각 0.1%포인트 하향조정하는 데 그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 배경에 대해 “7월 전망 때는 2분기에 전기 대비 0.4% 성장했을 것으로 봤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실적치가 0.3%로 나온 데 따라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에 대해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세계경제성장률 및 세계교역신장률의 축소 조정에 따라 상품 수출을 일부 하향조정한 것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은 이번 수정 전망이 기존 실적치의 악화와 대외 여건 변화를 반영한 것일 뿐, 석 달 전 예측했던 한국경제의 성장궤도에는 큰 변동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서 부총재보는 내년도 3.2% 성장률 전망치와 관련,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올해는 당초 예상했던 3%대 성장률 달성에 실패하겠지만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인 3%대 성장률을 무리 없이 달성할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그러나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하방 위험 요인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서 부총재보는 “중국 및 자원수출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이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 요인에 불확실성이 워낙 커 성장 경로를 그대로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내수 회복세도 긍정적으로만 진단한 것은 아니다.
GDP 구성 항목별로 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보면 건설투자(2.5%→3.3%)를 제외하면 민간소비(2.8%→2.2%), 설비투자(5.6%→4.8%), 지식재산생산물투자(4.9%→2.7%) 등 나머지 내수 부문은 성장세가 지난 7월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등 정부의 소비활성화 대책으로 민간소비가 메르스 충격에서 벗어나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주거비 부담 확대와 고령화에 따른 소비성향 저하로 소비가 충분히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도 민간소비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올해 하반기 민간소비 증가세가 강해진 점이 기저효과로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전체적으로 강한 회복세가 이어지기에는 내수의 뒷받침이 강하지 못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