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수출 가격경쟁력 ‘맥 못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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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수출 가격경쟁력 ‘맥 못추네’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5.10.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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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에 가격경쟁력지수 6년래 최저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국내 기업들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이 줄줄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린 가운데 한국의 수출 가격경쟁력은 지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분석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5년여간 원·달러 환율은 큰 변동이 없었지만 주요국 통화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각국이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다퉈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2010년 1월을 100으로 놓고 주요 통화의 달러 대비 환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 원화 가치는 지난 3분기 100.7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에 일본 엔은 137.2로 그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유럽연합(EU) 유로(126.1), 캐나다 달러(122.3), 호주 달러(121.0), 멕시코 페소(123.0), 칠레 페소(128.0) 등도 약세를 나타냈다.

영국 파운드는 102.3으로 통화가치가 소폭 하락했다. 중국 위안은 91.0, 스위스 프랑 91.1로 가치가 상승했다.

비교 대상 10개국 가운데 중국과 스위스를 제외한 나머지 7개국은 수출 가격경쟁력 면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서 있는 상황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상무는 “주요국들이 자국 통화 절하를 통한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에 나선 결과”라며 “한국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급락하고 있어 당국의 환율 정책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코트라가 집계하는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지수는 올해 3분기 45.4로 지수 산출이 시작된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수치는 2011년 2분기 53.6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하향세를 이어와 작년 3분기 이후에는 50을 넘은 적이 없다.

가격경쟁력지수는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지수는 0∼100의 값을 가진다. 지수가 50 이상이면 전분기 대비 호조, 50 미만이면 부진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3분기 ‘깜짝 실적’으로 부풀었던 ‘환율 효과’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꺼지고 있다.

원화가 최근 약세를 나타내며 수출에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다시 약세 추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9.1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7월6일 이후 최저치다.

또한 각국이 경쟁적으로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며 한동안 잠잠하던 ‘환율전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

세계 경기 둔화로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단기적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인다고 해도 그 효과가 극대화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한국의 환율 효과는 독자적인 통화정책보다 미국 통화정책 변화를 앞두고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그 지속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 환율 변수에 민감한 자동차주 등 수출주가 주춤하고 있다.

코스피는 코스닥의 약세 속에 나홀로 강세를 이어왔으나, 최근 그 흐름이 역전됐다. 지난 16일에도 코스닥지수는 0.84%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대형 수출주 부진 등의 영향으로 0.18% 하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형주는 0.23% 하락한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0.11%, 0.20% 올랐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 기간의 분위기는 수출주의 환율 효과가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1130원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수출주의 상승 동력이 또다시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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