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국내 대기업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로 올 3분기 실적 시즌이 불안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4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3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쳤거나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당분간 시장의 경계감이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200 내 기업 중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제시한 128개 상장사의 4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27조43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달 전 전망치(27조7641억원)보다 1.18% 감소한 수치다. 3개월 전(28조5961억원)보다는 4.05% 하향 조정됐다.
3분기 실적 시즌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기업들이 4분기 실적 하향 흐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철강, 조선, 건설업 등의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크다.
1조5217억원 규모의 영업손실로 시장에 충격을 안긴 삼성엔지니어링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08억2000만원으로 한달 전 전망치(143억2000만원)보다 24.4% 급감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향후 중동 현장에서 추가 손실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매출액 감소와 저수익 현장의 영향으로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에 역대 두번째 순손실을 기록한 포스코에 대한 눈높이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포스크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519억2000만원으로 한달 전(7701억3000만원)보다 15.3% 하향 조정됐다.
증권사들은 전 세계적인 철강 수요의 부진과 철강재 가격 하락 등을 반영해 포스코의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올해 3분기에도 최대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우조선해양의 4분기 영업손실 전망치 규모(233억7000만원→592억원)도 한달 사이 크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한진중공업(-45.3%)과 현대중공업(-37.1%) 등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뚝 떨어졌다.
중국 기업의 메모리 시장 진출 등으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업종의 기상도에도 잔뜩 먹구름이 드리웠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달 전보다 3.9% 하향 조정된 1조2571억원이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3분기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세가 여전한데다가 다소 진정 양상을 보였던 4분기 실적 역시 재차 하락세를 나타내며 실적 시즌의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실적 악화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7조30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6조6000억원)보다 7000억원이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51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79.8%, 7.5% 증가한 수치다.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다소 부진할 것이라 전망했으나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실적 개선 추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시장 전반에 걸쳐 4분기 실적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둔 점은 긍정적이나,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수 있는 기본 조건은 실적이 바닥을 찍고 올라설 수 있다는 가정이라며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해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본래 일회성 비용 등의 반영으로 실적 전망치 하향세가 뚜렷한 경향이 있다”며 “여기에 3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며 수주 관련 산업의 불확실성마저 부각되면서 하향 조정폭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