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발 정계개편? NO’ ‘민주당이 먼저다!’ 한화갑 “열린당 정리해고 해라”
<고건, 입당은 거부, 실용개혁 세력 ‘국민연대’로 독자 세력 형성하겠다><김두관, “창당초심을 훼손하는 자들은 당에 있을 이유 없다” 내분시작>
<정동영, 선거중 정계개편 꺼냈다 몰매 받고 선거까지 대패하고 물러나>
<청와대, 조기 개각으로 ‘리틀 노무현’ 내세울 수도...묘책 따로 있나?>
매일일보=김명은 기자]5·31지방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이 났다. 반여(反與) 정서와 민심이반에 따른 결과다.
역대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이처럼 가혹한 평가를 받은 적은 없었다.
이제 여론은 거센 후폭풍을 예상하고 있다.
2년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야당이 당했던 ‘탁핵역풍’을 넘어선 결과를 남긴 이번 선거로 여당은 당의 근간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불거진 당의 진로를 둘러싼 갈등은 단지 예고편에 불과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범민주세력 영입 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이어 고건 전 총리는 내달 중 실용개혁 세력을 통합할 ‘국민연대’를 결성할 뜻을 밝혀 입당 형식을 피할 뜻을 내비춰 정국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당이 정계개편의 격랑속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한 가운데 고 전 총리와 민주당 등을 포함해 여권의 진로를 둘러싼 주요 정파간 시각을 분석, 정계개편의 내용을 예측하고자 한다.
내홍(內訌)은 이미 예고 됐다
여당이 중대 기로에 섰다.
여당은 정동영 의장이 취임 104일만에 선거결과를 책임지고 사퇴했지만 후임 당지도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등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공방과 함께 당의 존폐를 포함한 생존 방안을 두고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여권의 진로를 둘러싼 주요 정파의 시각은 크게 봐서 두가지로 나뉜다.
그 중 하나는 김근태 의원을 중심으로 한 범민주세력대통합론, 또 다른 하나는 김두관 최고위원과 이강철 정무특보 그리고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주축으로 한 친노직계의 독자생존론이다.
기존에 김근태계를 중심으로 추진되던 범민주세력대통합론에 정동영계가 뛰어드는 양상이 이번 선거전에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김두관, 이강철 두 사람이 비판하고 나서 여당은 선거 전에 이미 갈등을 빚었다.
지방 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김두관 최고위원이 “당을 이렇게 만들고도 책임질 줄 모르고 당을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 사사로이 농락하는 사람들은 정계개편을 말하기 앞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투표일 전까지 스스로 거취를 분명하게 표명할 것을 요구한다”며 정 의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지역정당과의 통합을 국민들은 비웃고 있다”며 민주당과의 통합을 반대했다.
그는 “당 지지도 하락은 만병통치 실용주의가 개혁의 순간마다 발목을 잡아 당 정체성을 흔들었기 때문”이라며 “창당초심을 훼손하는 사람들과 세력은 더 이상 당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앞서 이강철 청와대 정무특보는 “정계개편이나 합당은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정략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되며 국민적 합의와 동의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정계개편이나 합당 등의 ‘정치적 꼼수’보다 반성하는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지율이 낮아 패배하는 선거에 대해 반성하기보다 정치세력의 부족과 지역정서를 탓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합당론을 누가 진실로 받아들이겠냐”고 말했다.
이와 같은 반응은 정동영 전 의장이 지방선거 목전에 정계개편을 언급한 것을 두고 나타났다.
정 전 의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권이 수구 보수 세력으로 넘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연합의 틀을 만드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한편 두 친노세력의 입장표명을 두고 청와대의 뜻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자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청와대가 당의 운영 방식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두 사람의 발언을 두고 “정치인으로서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발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열린우리당은 파장을 최소화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양측 모두 각당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다음날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계개편과 당 의장 퇴진론이 맞붙어 심각한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다”며 비판했다.
이어 “이는 선거전에서 정국을 불안하게 만들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전형적인 자폭정치로 국민에 대한 우롱이고 배신”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의 통합론 제기는 자기 발밑에 스스로 수류탄을 터트린 자해행위로, 성급했고 사려 깊지 못한 미숙한 정치였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렇다고 선거 목전에서 당장 당 의장 사퇴를 결정하라고 요구한 김 최고위원과 대통령 정무특보라는 사람의 비난 역시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처신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처음부터 명분없이 만들어져 끝까지 국민에게 고통과 불만을 안겨주고 결국 자중지란에 빠졌다”며 “이런 식이라면 지방선거 후 열린우리당이라는 정당을 계속 부를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여당의 모습에 대해 과거 한 당이었던 민주당은 더 강도 높은 비판을 솟아냈다.
역시 다음날 ‘열린당은 자멸마저 남의 탓으로 돌리는갗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김 최고위원이 열린당 내 ‘실용노선파’‘연대파’‘통합파’‘합당파’는 당을 떠나라고 일침을 놓고, 더 나아가 ”꼶은 종기는 아파도 뽑아내는 게 바람직하다“ ”새로운 당을 만들어 지켜내겠다“고 까지 천명했다”며 이를 두고 “열린당은 지방선거 후 친노 직계세력만 ‘꼬마 노무현당’으로 당명을 바꿔 남고 나머지 세력은 풍비박산의 길로 가는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고 밝혔다.
선거 후 정계개편 어떻게 진행될까
당초 여당 당지도부가 선거결과를 책임지는 차원에서 전원 사퇴할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정 의장만 사퇴를 결정하고 후임체제를 놓고 지도부 총사퇴론과 김근태 승계론이 대립하고 있다.
당이 추락할 데로 추락한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모두 자리를 내놓게 되면 그야말로 당의 구심점은 더욱 흐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도부 총사퇴만은 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당내에서 ‘합당’이니 ‘창조적 파괴’니 하며 조직이 와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을 이끌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그런 가운데 김근태 의원도 책임을 통감하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여 당 의장직 승계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처지와 달리 민주당 한화갑대표는 선거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범민주세력 영입을 위한 별도기구를 당내 만들겠다”고 밝혔다.
선거결과에 고무된 민주당이 이제는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겠다는 표현이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열린우리당을 겨냥해 “원적지가 민주당인 사람들은 문호를 개방해 놓았으니 언제든지 민주당으로 돌아오라”며 “돌아오면 받아주겠다”고 말했다.
앞서 선거 결과를 두고 한 대표는 “여당은 정리해고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상 정계개편 구도의 중심에는 고건 전 총리와 민주당이 서 있다.
민주당의 고 전 총리 영입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고 김근태 의원의 고 전 총리와의 주파수 교감, 민주당을 염두해 둔 범민주세력대통합론의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 전에는 정계개편에 있어서만큼은 여당이 아쉬울 것이 없었다. 여당 인사가 합당 얘기를 했다가도 해명을 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 “열린당과의 합당은 어렵지 않겠냐”에서 “열린당이 합당을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찌됐든 정계개편은 이미 시작됐다. 여당발이 아니더라도 정국의 판세는 꿈틀되고 있다. 대선을 염두한 정치 새판 짜기 시나리오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고건 민주당 입당 물 건너가다
일단 현재로서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정계개편에 적극적이다. 한 대표가 “민주당은 이미 창조적 파괴를 통한 창조적 공존을 선언했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발전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 것”이라며 정계개편을 공식 선언했다.
고건 전 총리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으나 다음날 바로 고 전 총리에게 퇴짜 맞는 일이 벌어졌다.
고 전 총리가 “7월 중 사회 각 분야 일반 국민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를 위한 국민운동 성격의 연대 모임(이하 국민연대)을 결성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일각이 영입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특정 정당과의 연대보다는 정당과 정파를 초월한 중도 실용주의 개혁을 같이 할 사람은 누구와도 연대, 협력할 생각”이라는 뜻을 밝혀 기존 정당에 입당하는 형식을 취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사실상 고 전 총리의 민주당 입당에는 한계가 있었다. 비록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선전하며 호남권의 지지를 얻어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권 승리를 위해서는 지역정당의 한계를 벗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아직 호남 중심의 지역정당의 틀을 벗어던지지 못한 상태다.
고 전 총리의 입장에서도 이 부분을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2. 고건의 ‘국민연대’결성의 뜻은
고 전 총리가 선거 직후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의 압승이 아니라 여당의 참패”라며 “국민이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주는 결과였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곧바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대“ 결성 발언을 했다.
고 전 총리의 이와 같은 뜻은 그동안 김근태 의원과 여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범민주세력대통합론‘로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 안에도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깨끗하고 개혁적인 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분들과 같이할 수 있다“고 덧붙여 좀 더 광범위한 세력 형성의 뜻을 내비친 것이다.
고 전 총리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고 전 총리가 영입 추대 형식으로 특정 정당에 입당하는 대신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거쳐 신당창당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3.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은
민주당에서 적극 반대하므로 열린, 민주 양당의 합당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고건 영입도 어려워진 민주당으로서는 대안이 필요한 상황.
아직까지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독자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의지가 높으나 고 전 총리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고 전 총리 중심의 ‘국민연대’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헤쳐모여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여기에 국민중심당이 가세한다면 고건을 중심으로한 거대 세력이 형성된다.
물론 여기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치러야할 고통은 적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이 원래 이합집산(離合集散)의 본성을 가진 집단이라지만 정권 창출만을 위한 갈등과 반목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염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4. 친노직계와 대립 정동영은 정치 미아?
선거 중에 친노직계 세력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정동영 전 의장.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의장직을 물러나며 백의종군(白衣從軍)하겠다고 밝힌 정 전 의장은 이제 외톨이 신세가 됐다.
선거 중에 정계개편 얘기를 꺼냈다가 친노세력뿐 아니라 각당으로부터도 비판을 들었던 그가 이제는 어디에다 손을 뻗어야 할지 모를 답답한 지경에 이르렀다.
김근태 의원과는 견제, 고 전 총리와 민주당을 염두해 둔 연대 언급에는 뭇매로 딱히 손잡을 대상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친노세력과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점에서 범민주세력대통합론의 시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확히 어느 정파에 승선할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5. 친노세력, 독자생존하려나
선거 결과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참패에 대한 입장 표명치고 너무나 간결한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노 대통령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어떤 묘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러나 일단은 여당에 대해 “멀리 보고 준비하여 인내할 줄 아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것을 두고 여당 신뢰의 표현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당내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한동안 정치 일선에 나오지 않았던 친노세력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올해 안에 국민연금 문제를 마무리하고 당에 복귀한다는 계획이 알려지고 있다.
또한 천정배 법무장관도 여권의 대선 경쟁에 참가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그리고 한명숙 총리의 대선 후보 대안설도 솔솔 나오고 있다.
특히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선거를 계기로 정치를 떠나지 않고 ‘아름다운 패배’의 이미지를 대선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또한 국면 전환용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개각문제는 노 대통령의 탈당과 연관해서 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탈당을 하면서 공세적 성격의 개각이 이뤄진다면 대규모의 개각이 당연히 예상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결원을 보충하는 차원의 개각에서 끝날 공산이 크다.
즉 탈당과 함께 개각을 하게 된다면 본격적인 리틀 노무현 양성에 돌입하겠다는 뜻이다.
한국 정치 역사상 무수히 많은 합종연횡 구도가 있었으나 지금처럼 판세가 복잡하게 돌아갔던 적도 없을 듯하다.
어쩌면 일반 국민들은 여당 내 어떤 계파가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전혀 관심 없을지도 모른다.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자성 차원의 몸부림이 아니라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지금의 여당은 그래서 더 버겁고 혼란스럽다.
등 돌린 민심과 대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힘든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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