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20일 곡우(穀雨)가 내렸다. 24절기 중 6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이날에 비가 내리면 그해 풍년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첫모내기를 한 농부의 심정은 걱정만 앞선다. 곡우가 내려 기분이야 좋지만, 지금으로선 풍년들어 좋을 것 하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쌀 시장 개방에 더해 매년 풍작까지 들어 쌀 보관 창고는 재고 미(米)로 넘쳐나고 있다. 무엇보다 쌀 소비가 급감해 쌀 농가 소득은 최근 5년 기준으로 볼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로서도 딜레마다. 농민 구제를 위한 쌀 추가격리 등의 조취를 취했지만, 쌀값 폭락에 따른 직불금과 쌀 보관비용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대책 마련에 골몰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및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정부양곡보관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쌀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0만t에 달한다. 적정 수준 80만t의 2배 이상이다.
더 이상 임시조취로는 안됐든지 올 초 정부는 ‘쌀 특별재고관리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56만t을 처분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 이 대책으로도 쌀값 하락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추가격리까지 단행했다. 때문에 재고량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셈이 됐다.
정부도 고심하는 부분이겠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좀 더 실효성 있고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쌀 재배를 실질적으로 줄이겠다고, 일평생 벼농사만 짓던 농부를 하루아침에 작물 재배로 전환 유도하는 방침 등은 진정 농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등 떠밀려 내놓은 미봉책에 불과한 것인지, 정부는 다시 고민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책은 아리송하기 그지없다. 질 좋은 쌀 개발(품종개량) 등을 통해 해외 수출 증진, 쌀 소비 증진을 위한 캠페인 장려 등의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뒤로는 ‘유전자조작 벼’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달 3일 전국쌀생산자협회는 농촌진흥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전자조작 벼 개발 중단을 촉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유전자조작 작물은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각국에서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내에 쌀이 남아돌아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유전자조작 벼를 개발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고 규탄했다.
옛 민담(民譚)에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는 비가 오면 짚신 장수 아들 걱정에,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면 우산 장수 아들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날의 연속이었다.
이 어머니보다 더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경제 현안들이 한두 가지겠느냐마는 ‘딜레마’를 푸는 열쇠는 정부가 ‘진정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에서 찾아야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