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결국 역대 두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까지 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고 국정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직도 청와대의 인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우선적으로 박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은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의 태도에서부터 문제가 드러난다. 비선문제로 국정마비 상태까지 이르게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황 권한대행이 오는 20일부터 양일간 진행되는 대정부질의의 국회 출석을 두고 머뭇거리고 있다.
국정공백 장기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갈지 구상을 밝혀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국회와의 협치를 강조해도 모자를 판에 ‘불통’의 아이콘인 박 대통령과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이 황 권한대행의 불출석 가능성에 크게 반발하자 심지어 청와대가 나섰다.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은 14일 국회를 방문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정부질의 출석이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불출석을 양해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또 국회가 진행하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도 협조를 극히 꺼려하고 있다. 국조특위가 합의한 오는 22일 청와대 현장조사와 관련 청와대는 국가기밀 등 청와대 경호상의 문제로 현장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기다가 14일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청와대가 청문회 증인들의 출석을 일부러 막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진행된 청문회에 핵심증인으로 꼽히는 윤전추, 이영선 행정관이 국회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와 관련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사유서) 양식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내용도 똑같고 서명도 동일인물이 적은 것처럼 보인다”며 “아무래도 두 분의 불출석 사유서를 한 사람이 작성한 것 같다. 청와대가 출석을 막고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조특위는 두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동시켜 청와대로 보냈지만 청와대는 이들이 연가를 냈다는 답변을 내놨다. 최 씨를 ‘대통령’처럼 의전했던 두 증인은 끝내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국에서 과연 이런 청와대의 태도가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청와대는 권력을 비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국정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선 청와대부터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