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삼성전자 오너리스크 크게 개의치 않아
[매일일보 최서영 기자]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오너리스크’도 삼성전자[005930] 주가 고공행진을 막지 못했다. 증권가는 그 비결을 삼성전자의 안정적인 실적으로 분석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뀌기 전에 주식을 사려는 투자심리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2월6일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청문회에 출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증권가 일각은 이 같은 ‘오너리스크’가 이들 기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청문회 이후 이들 기업 주가는 외려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75% 올라 174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그밖에 현대차·SK·CJ·LG·한진·한화 등 청문회에 불려간 기업 주가는 모두 소폭 올랐다.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 주가는 연일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지난달 26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장중 최고점을 찍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일주일 후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주당 204만600원에 달했다. 지난 11월 최저점인 150여만원보다 33%가량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 2월 110여만원이었던 주가는 이후 1년 동안 꾸준히 올랐다.
미국 AP통신·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즈, 영국 BBC·로이터통신 등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검도 현재 이재용 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다. 나라 안팎의 ‘오너 논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는 건재를 과시해 눈길을 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주가 승승장구의 이유로 “삼성전자가 작년 하반기에 어닝서프라이즈를 냈으며, 현재 반도체 분야 실적도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팀장급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주가가 고공행진 하는 이유로 “(이 부회장의 청문회 출석 등의)사건을 감안해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너무 좋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주식을)굳이 팔려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오너리스크를 크게 개의치 않으리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투자자들이)오너리스크와 같은 문제는 금방 지나간다고 생각한다”며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앞으로 삼성이 (오너리스크가 반복되지 않도록)준비를 철저히 하리란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전에 주식을 사야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말하기 조심스러우나 경제민주화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은 소위 ‘자사주의 마법’을 막기 위한 법안이다. 자사주의 마법이란 대주주가 기업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력을 올리는 방식이다. 대주주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가진 자기주식을 갖고 있으며, 이 자기주식에는 의결권이 없다. 그런데 회사를 인적분할하는 경우, 대주주는 새롭게 생기는 법인에 대해 의결권 있는 주식을 얻는다.
이 법은 사실상 삼성의 오너일가를 겨냥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약 12.8%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신설회사로 인적분할되는 경우, 삼성전자는 신설회사에 의결권 있는 주식 12.8%를 확보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수십조원 가치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바른정당까지 경쟁적으로 ‘자사주의 마법 방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의결권 취득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 사태가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