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전체 임직원의 11.5%에 해당하는 3000명을 명예퇴직시키는 인력구조조정에 나선다는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구조조정 소식을 일부 언론이 보도하자 KB국민은행 측은 27일 “최근 몇 년간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음에 따라 직원들의 자발적인 희망퇴직을 준비하고 있으며, 자발적인 희망퇴직인 만큼 퇴직인원을 추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내 3000명 감원’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조는 즉각 “인력구조조정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어윤대 KB지주 회장과 민병덕 행장에게 “5분 먼저 가려다 한 방에 ‘훅’ 간다”고 경고했다.
노조 측은 한 KB 임원이 최근 한 언론에 “SOD(개인영업점 업무분리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잉여인력이 2000명 정도가 예상되는데 이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자연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전해들었다며 분노를 표명했다.
노조는 특히 “어 회장과 일부 경영진들은 노동조합과 ‘신뢰관계’를 지속적으로 얘기했지만, 노조나 직원들과 그 어떤 논의나 교감도 없이 각종 ‘언론 플레이’를 통해 노조와 어느 정도 협의가 된 것처럼 떠들어 연일 직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윤대 회장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다” 노조 달래기
국내 최대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의 인력구조조정 가능성은 지난 7월13일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사에서 “현재 KB금융은 ‘비만증을 앓는 환자’의 모습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을 때부터 이미 거론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7월말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서 국민은행이 은행권 최하위를 기록한 반면 인건비를 포함하는 판매관리비(판관비) 항목에서는 상장 은행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력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경영진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취임사에서 ‘근본적인 개혁’을 언급했던 어 회장은 국민은행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고, 민병덕 행장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인재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시행하겠다”며 성난 노조를 달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 기준 1인당 생산성이 8개 시중은행 중에서 제일 낮은 667만원이고, 이 수치가 경쟁사인 신한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까지 나온 상황에서 인력구조조정 추진의 당위성은 힘을 얻고 있어 노조와의 정면충돌은 결국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