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강경모드’·국민의당 “대승적 협조할 것”
[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두고 29일 여야가 막판 진통을 이어갔다. 야권이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이 문재인 대통령이 내걸었던 ‘고위공직자 5대 배제원칙’과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 관련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며 협조를 구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4당 원내대표 간의 정례회동에 참석해 이같은 인사방침을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도 이날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의 논란은 그런(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같은)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야당 의원들과 국민들께 양해를 당부드린다”며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 드린다”고 야당의 요구에 따라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는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과 관련해서는 원천적으로 고위공직자 후보 추천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약속했다. 아울러 2005년 이전의 위장전입 사안에 대해선 투기성 위장전입 사실이 있는지 더 샅샅이 검증하겠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같은 청와대의 입장표명에 국회차원의 재발방지책을 만들겠다며 야당을 설득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 차원에서 인사청문회 검증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며 “각 당 원내대표들이 법을 만들고 이런 논의를 해보자는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정부여당의 설득은 총리 후보자 인준이 늦어질 경우 여야 협치는 물건너가고, 향후 정국도 급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이 후보자 인선에 야권이 제동을 건다면 역시 위장전입 등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에서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반면 국민의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인청특위 위원 13명 가운데 민주당 위원 5명, 국민의당 위원 2명으로 두 당이 인준에 동의하면 과반수를 넘어 경과보고서 채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31일 본회의서 인준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총리 인준 문제를 정부여당이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아니냐. 우리는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인사청문회 문제는 총리 인준의 정확한 가르마가 타지고, 분명한 잣대가 확립돼야 다음 후보자들의 청문회를 할 수 있다는 원칙으로 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당은 이날 의총을 한 차례 더 열고 갑론을박을 벌인결과 총리인준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자가 위장전입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국민의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 인준에 협조하기로 했다"면서 "(향후 인사청문회에서는 문 대통령이) 인사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게 국민의 당의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