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사각지대 놓인 동물용발정제 납입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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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사각지대 놓인 동물용발정제 납입실태
  • 허은아 기자
  • 승인 2010.10.1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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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먹는 건 따로 있는데...

[매일일보=허은아 기자] ‘동물용발정제’가 사람의 성적인 욕구를 강제로 일으키는 ‘최음제’로 오용되고 있다. 동물의 인위적 수정을 위한 약품을 사람에게 사용할 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이 같은 약품을 최음제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불법업체들이 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실제로 시중에는 ‘동물용발정제’를 사용한 최음제를 쉽게 구해볼 수 있다. 특히 이런 제품은 성범죄에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직도 근절되지 못한 ‘동물용발정제’ 논란의 실태를 <매일일보>이 취재해 봤다.

불법이지만 구입 쉬워, 성범죄에 악용되기도
관리는 누가? 소관 다툼 말고 해결방법 찾아야

최근 돼지발정제가 최음제로 오용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동물용 발정제가 최음제로 인식되면서 최근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며 “사람에게 오용할 경우 중추신경계에 작용, 이성적 통제를 마비시킴에도 불구하고 어느 부처도 관심을 갖지 않은 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나쁜 줄 알면서도 잘 팔리면 그만?

양 의원의 말대로 <매일일보>은 돼지발정제가 최음제로 사용되고 있는 실태를 성인용품 업체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성인용품 업체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파는 모든 최음제는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불법이지만 조심스럽게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종로·동대문·남대문·청계천 골목 일대와 전국 성인용품점에서 2만원∼50만 원대에 이 같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며 “실제로 구입하는 사람이 꽤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과거에는 돼지용발정제를 물에 희석시킨 제품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들이 인체에 유해한 불법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판매를 계속 해 온 이유는 '꽤 팔리기' 때문. 그는 “이번 국감에서 돼지용발정제가 화제가 되고 난 후 구매 문의전화가 갑자기 늘었다”며 놀라워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동물용발정제가 성범죄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음료수 등에 약을 몰래 섞은 후 무기력해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수법에 동물용발정제가 사용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성폭력 상담소는 “발정제 구매층은 유흥업소 종사자부터 일반·전문직 종사자,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며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성범죄 악용 가능성도 높으므로 여성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동물용발정제는 사람이 복용할 경우 섭취량에 따라 간질이나 내분비계 교란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동물용발정제를 사용한 최음제를 복용했다가 부작용을 겪은 사례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A씨는 여자친구에게 이 같은 약품을 복용케 했다가 경련과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등의 피해를 네티즌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공개한 대지발정제.
관리자 없이 떠도는 동물용발정제

이처럼 동물용발정제의 불법유통이 만연하는 이유는 동물용발정제를 담당하는 정확한 관리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복건복지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돼지발정제에 대해 소관이 아니거나 별도 관리 대상이 아니라고 답하고 있다.

복건복지부 의약품 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약사법에 따르면 동물용 의약품이라도 마약류라면 보건부에서 관리하지만 마약류가 아니라면 농림부에서 관리한다”면서 “현재 발정제는 마약류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농림부에 관리책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동물방역과의 한 관계자는 “농림부가 관리를 맡고 있긴 하나 제품이 사용목적 이외로 사용될 경우 각 지자체에 주의를 요하는 지시와 지침을 내리고 있다”면서 “만약 시중에 불법유통이 계속된다면 사법적인 처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어서 “‘수의사처방제도’가 도입되어야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며 대안책을 제시했다. 그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수의사처방제도’가 없다”면서 “위해성 있는 제품에 대해 즉시 수의사처방을 금지하면 자연스럽게 판매 금지로 이어져 지금처럼 동물용발정제가 불법 유통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최음제로 악용되는 폐해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동물 의약품은 약국이나 병원에서 누가 무엇을 사갔는지 처방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사후 관리가 힘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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