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암매장 후에도 5년 반 동안 '손'만은 부패되지 않은 채 발견돼 결국 살인범을 검거하게 된 일이 발생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19일 동거녀를 살해하고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살인 등)로 심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심씨는 2005년 5월10일 오후 11시께 강동구 천호동 자신의 지하 셋방에서 함께 살던 김모(54.여)씨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목 졸라 죽이고서 시신을 이불로 감싸 강일동의 야산에 몰래 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강도 등으로 전과가 다수 있던 심모씨(42·남, 사건 당시 37세)는 심각한 도박벽을 갖고 있었다. 2005년 5월9일 밤 잔인한 살인사건도 심씨의 도박 때문에 벌어졌다.
심씨는 이날도 도박을 하고 오후 11시가 돼서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지하방으로 들어섰다. 심씨의 동거녀인 김모씨(여·사건 당시 49세)는 '또 도박하고 왔냐'며 심씨를 다그쳤다. 그렇지 않아도 돈을 잃어 화가 난 상태였던 심씨는 벽돌로 김씨의 머리를 내리쳤고 김씨가 쓰러지자 두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당황한 심씨는 시신을 동네 야산에 묻기로 결심했다. 지인 1명을 부른 심씨는 이튿날 오후 11시께 행동을 개시했다. 이들은 집안에 있던 오리털 이불과 비닐로 사체를 감싼 후 검정 케이블 선으로 꽁꽁 동여맸다. 심씨와 공범 1인은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넣어 차량에 실은 뒤 강동구 강일동 산 16번지 야산에 암매장했다.
범행 16일 후인 같은 달 26일 심씨는 인근 동사무소에 '동거녀 김씨가 실종됐다'고 신고한 뒤 즉시 거주지를 옮겼다. 범행 후 곧 심씨는 감옥에 가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살인 사실이 발각되진 않았다. 심씨는 같은 해 12월 사우나털이를 하다가 붙잡혀 영등포구치소에서 2006년 7월까지 약 8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풀려났다.
그대로 묻히는 듯 했던 심씨의 잔인한 범행은 결국 들통 나고 말았다.
올해 10월20일 오전, 김씨의 시신이 묻힌 야산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산책로 공사에 열중하던 인부들은 땅을 파던 중 50~60㎝ 깊이에 묻혀있는 아이스박스를 발견했다. 아이스박스를 열어본 인부는 안에 있던 시신을 보고 기겁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감식반 역시 김씨의 시신을 살펴본 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5년 이상 된 것으로 보이는 시신임에도 양손 부위만은 온전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시신 가운데 거의 모든 부위가 탈구 및 부패됐지만 특히 왼쪽 손은 지방조직까지 남아있을 정도로 멀쩡했다.
감식반은 시신의 왼쪽 손 부위에 남은 지문을 채취했고 경찰은 본격적으로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약 5년 전 김씨에 대한 가출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김씨의 딸을 불렀다. 김씨의 딸은 사체를 감싼 오리털 이불이 어머니와 동거남 심씨가 쓰던 이불과 같다고 진술했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지난 16일 심씨의 은신처를 알아냈고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으로 긴급 출동했다. 갈비집에서 일하던 심씨는 경찰에 붙잡히는 순간에도 도박을 하고 있었다.
심씨를 검거한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6일 심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심씨와 함께 시신을 묻은 공범도 추격하고 있다.
수사를 지휘한 한 경찰관은 "불가사의한 일"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경찰관은 "환경에 따라 시신의 부패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며 "부검의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불로 시신을 감싼데다가 비닐을 재차 덮었기 때문에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해 축축한 상태였다"고 시신 발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