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현대자동차의 중소 하도급 업체 기술 탈취 논란 관련해 재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회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생물정화기술 전문업체인 비제이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7월 ‘기술탈취’ 혐의로 현대차를 다시 신고한 건에 대해 재조사에 돌입했다.
비제이씨는 자동차 도장 공정에서 발생하는 페인트 폐수를 정화하는 미생물제를 개발해 2003년부터 현대차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현대차는 2015년 5월 비제이씨에 납품계약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비제이씨는 지난해 2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현대차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는 “현대차는 우리가 테스트를 실시하고서도 악취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해 결국 경북대 산학을 통해 악취문제를 해결했다고 국감 등에서 말했지만 현대차는 이미 우리에게 테스트를 요청하기 전 경북대와 산학과제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는 우리에게 8차례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미생물 3종을 경북대에 보내 기술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미생물을 비제이씨 직원으로부터 제공받았다”고 답변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현대차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특허시효가 만료됐고 현대차가 기술을 강제로 탈취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같은 해 8월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ㆍ중재위원회(이하 중재위)는 비제이씨의 중재 요청에 “기술탈취가 인정된다”며 현대차에 3억원 배상 결정을 내리고 조정안 수락서를 당사자에 보냈다.
중재위 관계자는 “중재위는 현장조사나 압수수색 권한은 없으나 당사자들에게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후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2차례의 회의를 거쳤는데 이를 토대로 현대차의 ‘기술탈취’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에 논란이 된 미생물 저감기술은 핵심 기술 수준이 아니다”면서 “현대차는 자체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오다 비제이씨와 협업 관계를 맺고 기술을 공유해왔으나 경북대와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로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해 비제이씨와의 계약을 마무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차는 기계부품 제조·도매 업체인 오엔씨엔지니어링과도 기술 탈취 분쟁 논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