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이 ‘배지’ 달면 김현철도 ‘배지’ 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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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업이 ‘배지’ 달면 김현철도 ‘배지’ 달까?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03.2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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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차남 홍업씨 ‘출마’ 선언, 여권 ‘지지’…YS 차남 현철은 과연?

[136호 정치] 대선 대장정을 각 정당이 본격화하는 등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정치권이 김대중?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두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이 국회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여의도 정가에서 떠돌고 있는 상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57. 전 아태재단 부이사장)씨가 지난 15일 4?25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전남 신안?무안 지역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홍업씨가 대선 정국의 혼란함(?)을 비집고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정치권의 관심은 자연스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48)씨에게도 쏠리고 있다.

현철씨는 홍업씨처럼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 14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출판기념회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참석한 점을 미뤄볼 때 ‘김현설씨와 뭔가 연관이 있는 것이냐’는 의혹을 정치권 일각에서 내놓고 있다. 올해는 때늦은 감이 있고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으로 현설씨가 출마하게 하려는 것을 노린 포석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김홍업씨는 출마선언 이틀 전인 앞서 13일 무안군으로 주소지를 옮겼는데, 이후 기관방문과 주요 인사들을 접촉하는 등 본격적인 지역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정치권은 그가 출마에 앞서 여론을 듣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더니 홍업씨는 “분열된 민주세력, 평화세력을 하나로 묶는 데 밀알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출마를 턱하니 선언했다.

홍업씨의 이 같은 행보는 일단 이미 대선 정국과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홍업씨가 범여권 대통합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정계 복귀의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사실상 눈에 띄는 대선주자가 없는 범여권은 대통합을 위한 ‘구심점 만들기’에 이미 시동을 건 상태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은 ‘범여권 통합 의지가 확실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끊임없이 예방하는 등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제스츄어를 기다리는 상태다.

홍업, 범여권 대통합 역할 가능하나

홍업씨가 이번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된 것도 아버지인 김 전 대통령의 대통합 의지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견해다. 민주당에 영입돼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통합’에 보탬이 안된다는 판단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명분’이 ‘통합’인만큼, 열린우리당 탈당파 등 범여권은 ‘환영’의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이번 보궐선거는 대통합신당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준비했으면 좋겠다”며 “김홍업 씨도 대통합신당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지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천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대통합의 상대역을 맡고 있는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내세우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업씨가 출마 선언문을 통해 “우리당이나 민주당에 지인들이 많은 만큼 분열된 민주세력을 통합하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민주당을 여전히 사랑하며 분당 전의 새천년민주당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물론 논란은 벌써부터 일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남인 홍일씨가 국회의원을 지낸 데 이어 차남도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지역 여론도 고울리 없다. 광주?전남지역 52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고 “비리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은 홍업씨가 정치상황을 이용해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김현철씨는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부정적인 분위기를 연출 중이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지난 13일 오후 4시 국회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동시 입장을 했다”면서 “이는 항간에 나도는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씨와 뭔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더더욱 가중시키는 장면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김기수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철씨는 해외 객원연구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총선 출마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김홍업 ‘배지’달면, 김현철은 과연?

김현철씨는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에 거제 출마를 준비하면서 2003년 2월부터 12월까지 김기섭 전 안기부 차장을 통해 썬앤문 그룹 조동만 전 부회장으로부터 모두 2억원의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6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홍업에 이어 김현철씨까지 개인비리 혐의로 처벌받은 역대 대통령의 아들들이 정치권을 노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현철씨측은 가능성조차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김홍업씨가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데 만약 성공할 경우, 양김의 경쟁심리로 볼 때 현철씨도 내년 총선에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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