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상담 다발품목 ‘휴대폰’…오작동에, 충전기 불량은 ‘기본’
팬택&큐리텔 불만 가장 ↑…삼성전자, LG전자, KTFT도 ‘짜증나’
[143호 경제] “무조건 크고 튼튼하게 휴대폰을 만들자”는 방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휴대폰이 갈수록 고기능 장치 속에서 소형화되고, 슬림화되며 경량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의 세태가 달라지고 있고 휴대폰 메이커들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폭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다.
그런데 늘상 새로운 것만 찾는 소비자들의 이 같은 바람은 결국 ‘피해’로 출발해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휴대폰 관련 소비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증가추세다. 이는 통계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비자들의 불평불만이 폭발직전에 이르렀다 해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휴대폰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고 또 휴대폰 메이커들은 갖은 첨단기술로 중무장한 신제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세계의 휴대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들의 거창한 이유다.
물론 모든 휴대폰 사용자들이 불만만 갖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괜찮은 품질의 핸드폰을 ‘운좋게’ 구입해서 참으로 오랜시간 동안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들도 언젠가는 자신이 ‘소비자’라는 것을 느낀 뒤,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의 크고 작은 결함으로 겪었던 고충을 토로하는 공간을 찾는다.
‘예전엔’ 휴대폰에 대한 걱정과 불만이라는 게 없었다. 그러나 휴대폰의 ‘품질’에 대한 우려와 걱정은 이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휴대폰(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4천19만명. 10세 미만의 아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높은 휴대폰 보유율은 가입자를 확대하기 위한 각 업체들간의 불꽃 튀는 과열 경쟁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짜 휴대폰 전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휴대폰의 전국민화’라는 기이한 현상은 갈수록 휴대폰 내부가 다양한 기능들이 집적된 새로운 미디어로 탈바꿈하게 된 요인이 됐고, 그것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적잖은 공로를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휴대폰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소비자 상담 및 피해구제 접수건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현 세대가 휴대폰으로 인해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엔 국내 휴대폰 내수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주)삼성전자, (주)LG전자, KTFT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점유율이 무려 70%에 이른다.
휴대폰으로 현 세대 ‘스트레스’ 받는다?
소비자들을 짜증나게 하는 대표적 사례는 설계에 따른 혹은 통화에 따른 ‘품질’이 엉망이거나, 제품 구입 후 반품이나 교환 등에 대한 A/S에 대한 불만이다.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휴대폰 관련 소비자 상담은 총 8천634건. 이 중 4천541건(52.6%)이 품질과 A/S에 대한 불만이었다. 또 ‘사실조사’를 통한 소비자의 피해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뤄지는 ‘피해구제 접수건’은 총 433건이었는데, 품질 및 A/S에 대한 불만이 이 가운데 73%를 차지했다.
소비자 보호원 분쟁조정1국 거래조사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기 오작동(전원ㆍ통화 불량, 메인보드 하자, 액정파손)으로 인한 피해구제 건은 (주)팬택&큐리텔이 139건(83.2%)으로 가장 많이 접수됐다. (주)삼성전자는 48건(82.7%)을 차지했고 (주)LG전자는 35건(87.5%)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구모(60ㆍ여)씨. 구씨는 지난해 6월 2일 A회사에서 생산하는 휴대폰을 14만원에 현금으로 구입했다. 그러나 정확히 한달 뒤인 7월 휴대폰에 문제가 생겨 A/S를 의뢰했더니 담당자는 “당신의 과실로 인해 메인보드가 파손됐다. 유상으로 수리를 해야 한다”며 책임을 구씨에게 돌렸다. 구씨는 “충격을 주거나 떨어뜨린 적이 없었다”고 항변하며 조속한 무상수리를 요구했으나 회사는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잔고장에 속앓이하는 소비자들
서울시 도봉구에 거주하는 이모(40)씨는 ‘액정화면’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이씨는 최근 B회사의 최신 휴대폰을 구입했는데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액정화면이 정지돼 어이가 없었다. 이씨는 한번도 휴대폰을 떨어뜨리지 않고, 관리를 잘했다고 판단, 무상수리를 받기 위해 A/S센터를 찾아갔으나 담당자는 “내부가 손상됐다”며 대뜸 “수리비 15만원을 부담하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휴대폰의 두께가 얇아지고 가벼운 디자인의 제품이 출시됨에 따라 휴대폰의 핵심부품이면서 구조적으로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메인보드와 액정에 문제가 있어 기기가 오작동하는 소비자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며 “제조업체의 핵심부품에 대한 자율적인 품질검사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제조업체측은 부품이 휘어져 있거나 금이 간 경우는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소비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충격에 의한 파손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과, 특히 ‘1개월 이내에 하자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제조업체의 생산과정에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다.
일단 각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공개한 ‘휴대폰 품질 시험 항목 및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자동수명, 내구성, 낙하, 환경, 가속, 부식 등의 시험절차를 거치고 있다. LG전자는 낙하, 절곡, 정압 등의 국제 표준 규격에 따라 시험 검사를 거치고 있고, 팬택&큐리텔은 환경, 내구성, 성능, 안정성 등의 검사를 거친다.
자체적 시험검사, 결과는 1개월 만에 ‘하자있다’
이밖에 모토로라는 안정성, 유해성, 신뢰성, 가혹성 등의 시험을 거치고 있으며, KTFT는 온도, 구조, 전원, 비교 등의 국제표준 기준에 따라 시험 검사를 거치는 등 나름대로 ‘문제없는’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휴대폰의 품질 기준을 규제하는 법규가 없기 때문에 제조업체별로 자체적인 시험검사 기준에 의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현실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통신기자재의 관리에 대한 포괄적인 법규로서 휴대폰기기 자체의 품질이나 시험 기준 등의 표준 성능 기준을 정하고 있는 법규는 아직 없는 실정”이라며 “현재는 국제 표준 성능 기준에 따라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차라리 피해보상규정이라도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제조업체들의 A/S센터가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임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원 한 관계자는 “피해구제 처리과정에서 하자ㆍ수리 유무, 수리 횟수 및 내역 등에 대해 소비자와 사업자간에 다툼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고통 나몰라라…제조회사여 ‘선수’쳐라!
한 예로 제조회사에서 먼저 ‘선수’치는 경우가 있는데, 제조회사의 사용설명서를 보면 대부분 “‘재품 고장 및 수리’로 저장된 데이터가 손상되거나 지워질 경우 제조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때문에 사용설명서의 문구를 소비자를 위한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보원측은 “제품 하자로 인한 A/S과정에서 사업자의 책임사유로 제조사의 휴대폰에 저장된 파일이 삭제된 경우 적극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보호원은 이밖에도 △모든 A/S 기록을 전산화시켜 A/S 완료 후 소비자에게 제품 인도와 동시에 수리내역서를 의무적으로 교부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 △출시 제품에 대한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함으로써 소비자불만이 많이 제기되는 모델의 제품에 대한 자발적인 A/S노력을 할 것 등을 제품 생산업체에 촉구 중이다.
소비자 보호원 관계자는 “휴대폰 관련 소비자 상담이 지난해에 비해 25.9%나 증가했다”며 “아직까지 상당 부분이 사업자 자율구제 처리, 정보 제공, 타 기관 알선, 기타 상담 등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