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흡연자들을 줄이기 위해 담뱃값 인상을 실시한다는 ‘공익적 모토’를 내세우지만 그 내막에는 간접세를 증가시기키 위함을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피우려는 자’와 ‘자르려는 자’ 사이에 줄다리가 한창인 시점에 ‘피우려는 자’에게 외국계 기업의 갑작스런 ‘담뱃값 인상’이라는 날벼락이 들이닥쳤다.
말 한마디 없다 갑자기 8%씩 올려버린 던힐·마일드세븐…왜?
“간접세 부과된 담배…가격 인상시 소득역진성 심화 우려”
4월28일, 국내 담배 시장의 약 19%를 차지하는 BAT 코리아가 2500원짜리 담뱃값을 200원(8%) 인상했다. BAT 코리아는 던힐, 보그, 켄트 등의 담배를 판매하는 외국계 회사다.
외국계 기업, 갑작스런 가격 인상
국내 담배 시장은 약 10조원으로 추산된다. 담배 소비량 역시 연간 900억 개비에 달할 정도로 거대 시장이다. 이런 거대시장의 흐름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물가대책 차원에서 담배 가격 흐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담배 시장은 KT&G가 58.5%를 차지하고 있고 BAT코리아, PM코리아(필립모리스), JTI코리아 등의 외국계 회사가 41.5%를 점유하고 있다. 외국계 회사들은 여성, 젊은층의 소비율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민경제와 물가에 차지하는 상징성이 엄청난 담뱃값을 BAT코리아와 JTI코리아가 물가인상과 원자재 인상을 이유로 기습적으로 담뱃값 인상을 결정하자 가뜩이나 들썩이고 있는 각종 물가에 기름을 붓는 격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2009년 담뱃값을 인상하려 하다가 ‘서민 증세’라는 역풍을 맞아 백지화시키기도 했다.
BAT코리아는 경남 사천에 공장을 두고 재료를 100% 외국에서 들여와 가공만 해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9년전 경남 사천에 공장 설립당시 국내산 엽연초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BAT 코리아의 담뱃값 인상은 외국계 대주주에게 배당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기 위함으로 분석하고 있다.
BAT코리아의 전자공시 재무제표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이 2009년에는 323억원, 지난해엔 122억원이었으며 당기순이익 전부를 모회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국부유출 우려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담뱃값 상승은 4%대 마지노선을 정해 놓고 물가인상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에게도 맥 빠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으며 동종업계 필립모리스사와 KT&G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민들에게 더 크게 느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별 가구당 가계수지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 일수록 전체 소비에서 담뱃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전국 가구 가운데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 담배구입비는 1만3766원으로 총 소비지출(115만1천306원) 중 담배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월평균 전체 소비의 1.16%였다.
반면 5분위 가구당 월평균 담배 구입비는 1만8985원으로 액수로 보았을 때는 1분위 가구 보다 조금 많았지만 전체 소비(358만4005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5%에 불과했다.
저소득층 가계소비에서 담배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았을 때 이번 담뱃값 인상은 서민들의 가계소비에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 담배에 붙는 제세기금은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는 간접세로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폐기물 부담금 7월, 국민건강 증진기금 354원으로 부가세 10%를 포함해 총 1320.5원이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은 서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담배와 관련된 각종 세금은 간접세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 시 고소득층 보다 저소득층의 부담이 더 커져 소득역진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