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곽종훈)는 농협이 "과징금 45억원을 납부할 이유가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등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농협이 농약 제조업체들에게 가격차손장려금을 매긴 것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거래조건을 설정하고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며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농약 제조업체들이 농협 측에 대량으로 판매(계통구매)한 제품과 동일한 일부 품목을 시중에 더 싼 값에 판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 경우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음에도 농협은 지나친 가격경쟁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해당 제조업체들에게 가격차손장려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또 "결국 농협은 농약 제조업체가 계통구매가격 이하로 재판매할 수 없도록 강제함으로써 농약제품의 최종소비자인 농민들이 더 싼 값에 농약을 구입할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해 소비자후생을 저해했다"고 덧붙였다.
농협은 2005~2009년 매해 12월께 동부하이텍, 경농, 신젠타코리아 등 농약 제조업체와 대량 계통구매계약을 체결해왔다.
체결과정에서 농협은 계약서에 '계통구매 농약제품을 시중에 계통구매가격 이하로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할 경우 해당 농약 제조업체는 가격차손장려금을 부담해야한다' 등 거래조건을 설정했다.
그 결과 농협은 2005~2008년 동부하이텍 등 제조업체들로부터 모두 1조2543억여원을 가격차손장려금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이를 적발한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농협 측에 "손해의 일정부분을 농약 제조업체들에게 부담시키는 거래조건을 설정하고 이 거래조건을 근거로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며 과징금 45억3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농협은 "농약 제조업체들이 제조원가를 비밀로 한 채 시중에는 농약을 저렴하게 공급하면서도 농협 회원조합에는 비싸게 공급해왔다"며 "이 때문에 가격차손장려금 조항을 거래조항에 둔 것"이라고 주장했고, 지난해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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