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상승세를 차단하라”…친인척 비리의혹에서 남북 문제까지
제보 중심으로 X파일 준비 중, 비리조사특위 내 정동영 검증팀 구성
[매일일보닷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주자인 정동영 대통령 후보의 주가조작 의혹 등을 담은 ‘정동영 X-파일’의 실체를 놓고 정치권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정동영 X-파일’ 논란은 지난 19일 한나라당이 친인척 비리의혹에서 남북 문제까지 포함된 ‘정동영 X-파일’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어 한나라당이 일부 언론사와 접촉을 통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이후 촉발된 정동영 후보의 가파른 지지도 상승세를 차단하기 위해 당내 TF팀과 의원실로 들어온 제보를 중심으로 X-파일을 준비 중인 것으로 밝힌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뜨겁게 달아오를 분위기다.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주가 조작 등 친인척 비리 의혹은 생각보다 크다”며 “(정 후보에 대해) 본격적인 검증을 시작할 경우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해, 한나라당이 국감을 시발점으로 앞으로 ‘정동영 죽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최근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정동영 후보는 손학규, 이해찬 두 후보의 지지율을 흡수하면서 지지율 20.2%를 기록했다.
결국 ‘BBK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이자, 미국 법원의 송환 승인을 받은 김경준씨의 11월 귀국 등으로 인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붕괴조짐이 감지되면서, 정 후보의 상승세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당내 비리조사특위(위원장 홍준표) 내 정동영 검증팀, 원내대표 산하 비공식 조직인 범여 후보 검증팀, 선대위 내부의 후보 검증팀 등을 운영 중이고 이 팀들은 정동영 후보의 △친인척을 통한 코스닥기업 주가조작설 △부친의 친일행각 의혹 △불법 정치자금 사용설 △당내 경선 과정의 불법 조직 동원설 △조직폭력배 연루설 등을 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동영 후보로서는 지난 경선 과정에서 형성된 ‘호남후보 불가론’에 따른 당 내부적인 ‘정동영 죽이기’의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제는 당 외부적으로 촉발된 ‘정동영 죽이기’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는 공작과 음해를 온몸으로 맞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범여권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이명박 죽이기’가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것처럼 한나라당의 ‘정동영 죽이기’가 향후 대선행보에 크게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 측은 자신들을 향한 한나라당의 ‘정(鄭)조준’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 주가조작 의혹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동영 후보가 처남을 동원해 주가를 조작, 거액을 챙긴 의혹이 있다고 폭로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오전 법사위 국감장에서 “정 후보가 지난 2001년 처남 민준기 등을 동원해 각종 비자금으로 코스닥 기업인 (주)텍셀, (주)엑큐리스, (주)금화 피시에스 등의 주가를 조작하는 범죄를 통해 거액을 챙긴 의혹이 있다”며 국민 앞에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에 대해 금감원이 조사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해 관련자 중 직접행위자 1인만을 수사기관에 통보하도록 축소한 의혹 등이 있다”면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전주지검에서 진행됐다”며 전주지법이 지난 2003년 판결한 판결문을 공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정동영 후보는 지난 2001년 20~30억 상당의 자금을 처남 민준기(30대 중반)씨와 민씨의 처 최연화 및 기타 다수의 차명계좌에 예치하게 했다. 이후 부동산 중개보조인인 홍용표로 하여금 코스닥기업 주식의 통정가장 매매, 고개 매수주문 및 허수성 저가호가 주문을 내게 해 매수잔량의 규모를 확대가장하고 상호간의 연계성 매매를 통해 최고가로 매수 매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주가를 단기급증 시킨 뒤 주가의 고점에서 매도하게 해 부당한 시세 차익을 얻은 의혹이 있다는 게 박 의원 측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주가조작사건은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형태로 행해져 유가증권거래의 공정성 및 유통의 원활성 확보라는 사회적 법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일반 주식투자자의 재산적 법익을 침해한 범죄”라며 “엄격한 수사 및 엄중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그러나 실제로는 자금주로부터 관행적으로 10% 정도의 보수를 수령한 데 그친 실행자 홍용표만을 수사의뢰하고 기소하는 등 사건을 축소 은폐한 의혹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 후보 측 김현미 의원은 반박 기자회견을 통해 “처남이 ‘단순 계좌주’인 사건을 들춰 정 후보와 억지로 꿰맞춰 가려는 것은 이명박 후보의 비리를 손바닥으로 가리기 위한 꼼수”라며 “정 후보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지 국민의 조사와 검증을 받을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이명박 후보가 국감 증인석에 나온다면 정 후보도 출석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정 후보에 대해 제기하는 주가 조작 의혹은 ‘카더라’ 통신에 머물고 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 뒤 “정 후보가 주가 조작 및 사건 무마에 개입한 구체적인 증거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 정 후보 ‘부친 친일행각’ 의혹 =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비쳐질 수 있겠지만 어찌됐든 한나라당이 이번 국감 시즌을 통해 두 번째로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정동영 후보 부친의 친일행각 의혹이다. 정동영 후보의 부친인 정진철씨가 1940~1945년 사이 일제 금융조합에서 근무하며 친일행각을 벌였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이명박 후보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8일 행자부 국정감사에서 “정 후보의 부친이 일제 금융조합에서 일했던 것이 명백히 밝혀졌고, 금융조합이 태평양 전쟁 시기에 일제의 공출기관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패권주의에 협력하는 기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 후보는 부친의 친일행각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고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정진철씨는 일제 통치하에서 남원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제 금융조합에 들어갔는데, 초등학교 교육을 조선인이 받는다는 것조차 어려웠던 시절에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는 혜택을 받은 것은 정진철씨의 집안이 일제시절 이른바 ‘잘 나가는’ 집안이었고, 금융조합에서 일을 하게 된 것도 일제정책에 협조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특히 정 후보가 이회창씨 부친의 일제치하 ‘검찰서기 행각’에 대해 “친일문제는 도덕성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력히 주장했던 만큼,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에서 정 후보의 부친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동영 후보 측 김현미 의원은 “일제 금융조합은 지금의 농협과 같은 것”이라며 “금융조합 직원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정 후보의 부친이 일제시대에 생계유지를 위해 금융조합에서 말단 서기로 인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국가기관도 아닌 금융조합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친일파라면 일본 공출미를 조달하기 위해 일했던 농부도 친일파”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오히려 “이명박 후보의 부친 이충우씨는 1935년 일본으로 건너가 ‘스키야마’로 성씨를 개명했다”며 “한나라당은 철학과 정책 대결로 안되니 비방과 모략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 후보의 부친 정진철씨는 지난 1기와 2기 조사에서 친일반민족행위가 드러나지 않아 조사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
△조직폭력배 연루설 = 정두언 의원은 이밖에 지난 17일 행자위 국감에서 정 후보의 ‘전주월드컵파’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제기하는 등 정 후보와 관련된 의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은 “2005년 벤처사업가 정모씨가 국가청렴위에 (조직폭력배) ‘전주월드컵파’가 갖은 폭력과 불법을 행사하며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치인들을 동원하고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한다”며 “(자금을 받은 의원)명단에는 정 후보 이름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의 정치 자금 사용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현미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정두언 의원과 그의 형은 오히려 ‘상암동 DMC 사기 분양’ 사건의 핵심인물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남의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정동영 후보가 12년 전 MBC에 재직할 당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현장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구조반원들의 구조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작업도 진행 중이다.
문광위 소속 심재철 의원은 18일 방송위 국감에서 “기자가 사고 현장을 취재할 때 구조 활동을 방해하면서까지 보도하는 것이 언론인의 바람직한 자세냐”고 질의했다.
심 의원은 “정 후보가 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현장을 보도하면서 구조대원이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지만 ‘양보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며 “정 후보는 당시 특종 보도에 대한 욕심과 인간의 존엄성 사이에서 특종 보도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후보 측은 이에 대해 “방송사(MBC)에서 당시 방송분을 확인했는데, 구조대원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방송한 적은 있지만 대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한나라당의 이른바 ‘정동영 죽이기’에 대해 “이 후보의 불법 비리를 덮어보겠다는 한나라당의 얄팍한 재주가 오히려 측은하다”면서 “국회에 나오지도 못하고 의원들 뒤에 숨어서 핵심 증인들의 출석이나 가로 막고 있는 이 후보야말로 자격 부실 후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