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폐기까지 검토됐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안이 타결되며 한국은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미중 무역전쟁 등 불확실한 통상국면에서 한미가 조기에 FTA개정안을 타결, 개정안이 대미 통상분야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미 정상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개선하기 위한 개정과 수정을 이루어 낸 양국 정부 간 성공적인 협상의 타결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한미 FTA 협정의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각국의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의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온 ISDS(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 조항의 개정을 관철하는 성과를 거뒀다. ISDS는 상대국에 투자한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모호한 규정으로 거액의 국가배상을 노리는 소송 남용의 우려가 있었다. 이번 FTA개정으로 다른 BIT(상호투자협정)를 동시에 활용해 제소할 수 없도록 했으며, 근거가 약할 경우 소송을 각하할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 분야에선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산 픽업트럭(화물자동차)의 미 수출관세 철폐시기를 20년 더 늦춘 2041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또 미국 기준대로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자동차의 대수를 기존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렸다. 이날 두 정상의 한미 FTA 개정안 성명 타결로 이제 공은 국회로 넘겨졌다. 정부는 미국과 내년 1월 1일 개정FTA발효에 합의한 만큼, 다음 달 초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두 정상은 이번 FTA 개정안에 만족감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 모두발언에서 “한미 FTA 재협상으로 상호호혜적이고 공정한 무역협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한미FTA에서는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조항이 담겼다. 한국과 미국에게 대단히 위대한 날”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양국이 개정된 한미 FTA의 정신을 잘 살려나간다면 상호교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개정안 체결 다음날인 25일 오후 CFR(미국외교협회)·KS(코리아소사이어티)·AS(아시아소사이어티) 공동주최 연설에서도 개정안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미 FTA는 양국 간 교류와 경제협력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면서 “세계 1위와 11위 경제 대국 간 FTA는 굳건한 동맹의 결과물이며 세계 자유무역의 촉매제가 되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