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여야가 오는 15일부터 국회 국정감사 2라운드에 돌입하는 가운데, 전반전 국감을 두고 송곳 없는 '맹탕 국감'의 반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국감에 나선 의원들의 전문지식과 준비성 부족이다.
국정감사란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국회가 고유의 기능인 '입법' 외에도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가지는 데서 인정됐다. 국회의원들이 정부 고위당국자 및 각 분야 전문가가 출석하는 국정감사장에서 정부를 감시하고 잘못을 끄집어 내기 위해서는 사전에 자신의 상임위 현안에 대한 지식을 익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알지도 못하고 호통만 치는 국감'의 현장은 국민으로 하여금 과연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들이 정부와 산하 기관, 관련 기업들의 방만 경영이나 부정 실태를 제대로 짚어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국회가 전문인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최근 각 분야 전문가들 비례대표로 당선, 전문가 토론회 개최, 아침 스터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부족한 듯 하다. 그 예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화웨이 장비가 4기가때 국내에 들어왔죠"라고 발언한 장면은 이번 국감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LTE로 대표되는 4세대 통신을 칭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인 '4G(4th Generation)'를 이날 박 의원은 5G 시대에 4G에 들어섰다고 말하기도 하고, 4G를 ‘사기가’로 잘못 발음하기도 했다. 당연히 5G도 ‘오지’라고 표현했다. 과거 한국당이 지난 대선 기간 당시 문재인 당시 후보가 5G를 ‘오지’로 발음하자 “다섯지라고 읽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는 점, 5G 경쟁력은 중요한 ICT 현안 중 하나라는 점에서 국민으로서는 씁쓸하기만 하다.
또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황창규 KT 회장이 "해외 로밍 요금이 비싸다"는 김 의원 지적에 "KT의 로밍요금은 미국 등 주요 국가 이통사의 로밍 요금보다 1/10 가량 저렴하다"고 답변하자 "1/10으로 안된다 1/100로 줄여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특히 내용 없는 퍼포먼스도 많이 나왔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맷돌을 준비하거나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퓨마사태를 지적하겠다며 벵갈고양이를 데려온 일은 화제만 남길 뿐 국민들에게 씁쓸함을 남겼다.
2주차 국감에서 야당은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탈원전 등 정부 핵심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 더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각오다. 또 평양정상회담 후 발표된 남북군사합의, 부동산대책과 교육정책을 실패작이라고 비판하면서 각 상임위에서 전방위로 문제 삼을 작정이다. 이번 주제만큼은 야당이 문재인 정부 들어오면서부터 계속해 공격해 왔던 주제인 만큼 알맹이 있고, 냉철한 발언이 나와 국감장이 진정 정부를 견제하는 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