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참여정부 때인 2005년 취임한 이용훈(70·15회 고등고시 사법과) 대법원장이 24일 6년 임기를 다하고 물러난다.
이 대법원장은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라는 기치 아래 재임 기간 민원서비스 등 사법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선 종합민원실을 설치, 민원인이 여러 부서를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앴다. 소송구조제도 등을 확대해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도 실천에 옮겼다.
인터넷을 이용한 등기서비스를 시행하고, '안방송사'를 가능케 한 전자소송을 도입하는 등 국민들의 사법 접근권도 향상시켰다. 춘천, 청주, 창원, 전주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설치됐고,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에는 가정법원이 확대 설치됐거나 설치될 예정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사건을 법관이 충실하게 심리할 수 있도록 법원 외부의 전문가가 소송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전문심리위원제도도 이 대법원장 재임중 도입됐다.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근간으로 한 강도 높은 사법개혁을 추진, 국민의 기본권 보호 등에서 괄목할 성과도 거뒀다.
검찰과 갈등의 빌미가 되기는 했지만, 불구속 수사 및 재판 원칙을 재판실무에 정착시켰다. 실제 지난해 형사 피고인 10명 중 9명 정도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유전 무죄 무전 유죄’, ‘고무줄 판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설치한 양형위원회는 벌써 3기에 이른다.
과거사 청산을 주도하며 진보적 색채를 보이면서 보수세력으로부터의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취임 일성으로 ‘과거사 청산’을 강조했던 이 대법원장은 취임 3년째이던 2008년 9월26일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잘못된 판결에 대해 사과와 유감을 표명하는 파격적인 모습도 보였다.
그 결과 수많은 용공조작사건 피해자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엔 1970년대 폭압적 유신독재의 상징이었던 대통령 긴급조치 1호를 위헌으로 판단한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 내부적으로는 법조일원화(법조경력자 법관 임용) 전면 실시, 지방·고등법원 법관인사 이원화, 상고심사부 설치 등 미래 사법부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는 근대 사법제도가 1895년 도입된 이후 115년 동안 지속돼 온 대륙법 계통의 법원 구조와 법관 제도가 영미계통으로 변화하는 사법체계의 대변혁이다.
25일 임기를 시작하는 양승태(63·사법연수원 2기) 15대 대법원장도 이같은 '전임' 대법원장의 개혁구상안을 사실상 그대로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양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사법참여 확대 ▲재판정보 공개 ▲1심 강화 ▲상고심 개선 ▲법조일원화·평생법관제 정착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설비 정비 등 크게 6가지 구상을 밝혔다.
이는 현재 대법원의 개혁 구상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대법원 관계자는 “큰 틀에서 기존 개혁안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