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하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공시 대리인 제도’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내년부터는 공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의 숨통이 한 층 더 트일 전망이다. 공시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리인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20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내년 1월 중순 금융위원회는 공시관련 개정안을 거쳐 이르면 2월, 늦어도 상반기 안에 ‘공시 대리인’제도 도입을 확정할 예정이다. ‘공시 대리인 제도’는 공시업무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의 업무부담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양기관의 협의에 따라 최종 도입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공시 대리인 제도는 외국계 상장사에 한 해 적용되고 있다. 법무·회계·컨설팅법인 등 외부기관에 공시업무를 위탁하는 형식이다. 원칙적으로 공시는 한 곳에서만 하게 돼 있으므로 상장법인이 외부에 위탁할 것인지, 내부 공시인력을 두고 할 것인지 선택하면 된다.
그간 코스닥 상장사는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공시를 적재적소에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불성실공시 건수는 10건에 그친 반면, 코스닥 상장사의 위반 건수는 94건으로 약 10배 이상 달한다. 현재 공시위반 등으로 벌점이 부여된 코스닥 상장사는 총 76개사 인데, 이 중 누적벌점이 10점 이상인 곳은 10여곳이다. 상장규정상 누적 벌점이 15점에 달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열려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코스피에 비해 코스닥에서 공시 위반 건수가 현저히 많은 것은 공시 인력 확충에 대한 비용부담이 가장 크다는 설명이다. 코스닥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코스닥 법인이 공시 관련 인력 충원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며 “공시를 담당하는 직원이 경영기획이나 총무 등 다른 업무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고, 매년 협회와 거래소 등을 통해 교육도 하고 있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 보니, 하는 곳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IR업계 관계자도 “물론 유관기관에서 상장사에 대해 IR담당자나 공시 관련 전문 인력을 꾸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불성실 공시가 빈번한 것은 이 외에도 대표이사와 소통 부재가 꼽힌다”며 “예를 들면 최대주주 지분 매각이나 대주주변경 등 공시 해야할 때, 공시 담당자에 알려주지 않아 기한을 넘어서는 경우도 많고, 내부사정과 관련한 정보를 담당자에 뒤늦게 알려주는 경우도 파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시 대리인 제도’도입에 따라 상장사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자발적인 노력이 더 간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일단 공시대리인 제도가 공시업무에 대한 코스닥 상장사의 경험을 축적한다는 측면에 있어서 제도 자체는 긍정적인 면이 크다”면서도 “거래소가 공시와 관련한 제재금 상향과 정정공시 시한 단축 등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상장사의 공시위반 사례는 늘고 있어 상장사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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