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끝없는 ‘러브콜’…이명박ㆍ이회창 진영보다는 정동영의 손 들어줄 가능성↑
[매일일보닷컴] 민주당 이인제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SBS가 여론조사기관 ‘TNS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결과 0.6%로 집계됐다.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대선을 목전에 뒀지만 지지율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의석 7석이라는 ‘소수정당’의 한계 때문이라는 목소리로 이를 무마하기엔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15~20%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는 까닭에 ‘소수정당’이라는 변명으로는 민주당의 현 위기에 대해선 이해가 불가능하다.
이인제 후보는 지난 6일 대선 후보 첫 TV 토론회에서 “민주당은 탄압받고 서러운 야당”이라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혹시 올 대선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새천년민주당과 같은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 형국이라는 분석이 맞다.민주당이 처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못된 분석도 아닌 듯싶다. 민주당의 정치상황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가 확 눈에 들어온다. 첫 번째가 ‘독자생존론’이고, 두 번째는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후보단일화론’이다.
당내 분위기는 사실상 후보단일화로 기운 상태다. 이인제 후보의 낮은 지지율 속에서 민주당 내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었던 조순형 의원이 최근 탈당, 당 내부의 혼란스러움이 감지되더니 ‘아니나 다를까’ 민주당 경선 직후 탈당한 신국환 후보는 지난 5일 “민주당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설상가상 격으로 이윤수, 안동선 전 의원은 이회창 후보 캠프로 둥지를 옮겼고, 장전형 전 대변인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 둥지를 틀었다.
‘진로’를 놓고 끊임없는 고민을 거듭 중인 민주당은 결국 독자생존이라는 ‘정면 승부’를 선택하기엔 모든 여건이 긍정적이지 않은 이유로 ‘연대’나 ‘후보단일화’가 가장 ‘무난한 카드’라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또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의 연대론까지 제기되는 등 민주당은 향후 진로를 놓고 ‘백가쟁명’을 방불케 할 만큼 내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외풍’ 역시 거세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유력 대선주자들은 끊임없이 민주당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동영 후보 측은 ‘반이명박 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물밑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회창 후보 측도 “이인제 후보가 좌파가 아닌 만큼 얼마든지 연대 대상이 된다”며 합류 가능성을 타진한 상태다. 이명박 후보 측은 동서화합과 실용보수 성향의 ‘공동정부’ 구성 등을 명분으로 연대 제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제 후보는 여전히 ‘독자생존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5일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합민주신당이 후보 단일화 얘기를 하는 것은 민주당을 죽이려는 음모”라며 “신당과 통합이나 단일화를 얘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후보는 여전히 “민주당 노선에 기반한 중도개혁 정권을 세우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독자 완주를 강조 중이다. 이 후보는 대중연선을 통해 정동영 후보를 국정실패 후보, 이명박과 이회창 후보에 대해선 수구부패 후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을 ‘대안후보’로 지지해줄 것을 호소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 후보의 바람이 끝까지 지속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게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지율 1% 안팎인 이 후보 측은 일단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 이후 지지율 변화추이를 지켜본 뒤 주변 참모들을 상대로 의견수렴을 통해 마지막으로 독자생존 가능성을 피력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범여권을 중심으로 한 ‘대의(大義)’ 차원에서 이 후보가 독자생존론을 끝까지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한마디로 민주당의 이름으로서는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위에서 한차례 언급했지만 당내 분위기 또한 ‘사상과 정체성이 다른’ 이명박 후보 및 이회창 후보 측과의 연대 가능성 보다는 신당과의 후보단일화 쪽으로 이미 기울고 있는 모습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민주당과 정체성과 뿌리가 다른 후보 진영과 손을 잡을 경우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고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여의도 정가는 이인제 후보와 박상천 당 대표의 ‘최후 결단’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내 한 고위 관계자는 “단일화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박상천 대표도 당의 진로 문제를 놓고 의견수렴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늦어도 오는 13일 이후 정 후보와 단일화를 완성할 것이라는 로드맵이 이미 그려져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확인할 길이 없는 상태.
이와 관련 원내대표인 최인기 의원은 지난 6일 개인 성명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더 미루는 것은 대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한 표라도 더 모으기 위해 늦어도 13일 부재자 투표 이전에 단일화를 이룰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열 의원 또한 공개적으로 개혁진영 후보단일화를 명분으로 이인제 후보의 결단을 촉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