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음주운전·폭행에 이어 권한 남용·주말 골프회동 의혹까지 연이어 불거진 청와대 직원들의 비위 문제에 대해 귀국 후 조취를 취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청와대 내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은 침묵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신 국민에게 '사죄한다"며 공개 반성문을 썼다. 조 수석에 대한 야당의 사퇴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해외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2일 주요20개국 회의(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뉴질랜드 국빈방문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문 대통령은 "국내에서 많은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믿어주길 바란다. 정의로운 나라, 국민들의 염원 꼭 이뤄내겠다"고 했다.
앞서 언론에서는 민정수석실 내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관 직원이 경찰에 지인이 연루된 뇌물사건을 사적으로 캐묻는 등 권한을 남용하고,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주말에 골프 회동을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현장에서 상세히 보고받았으나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이날 올린 글은 귀국 후 청와대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특단의 조처를 내릴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 기강과 관련, 앞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신의 측근인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이 만취운전 물의를 일으키자 청와대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미자"고 당부한 바 있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도 채 안된 시점에 특별감찰관 비위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이에 청와대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청와대 특별감찰반 전원 교체와 검찰 감찰 착수라는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지만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부정적 여론에 대한 타개책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식은 여당의 움직임에서도 엿보인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크게 실망하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드린다"며 "잘못된 부분은 확실하게 도려내고 그에 맞는 확실한 처방을 통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되짚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호시우보하는 자세로 일신우일신 할 것을 국민 앞에 다시금 다짐한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은 청와대 내부 직원들의 비위사건을 비판하며 조 수석 해임 등 청와대 전면쇄신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어 "한두 번의 실수라면 몰라도 거듭된 인사 참사, 집권 2년차라곤 믿기 힘든 국정기강 해이에 대해 최소한의 사과, 최소한의 책임자 문책도 없이 지나가겠다는 건 야당 무시, 입법부 능멸을 넘어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조 수석의 해임을 요구했다. 민주평화당(김정현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박근혜 정권의 불통 청와대를 연상시킨다"며 "문 대통령은 지금이 흔들리는 청와대를 바로 세울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명심하고 2기 청와대 진용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사흘 간 국회 예산정국 보이콧을 단행하며 정상화 조건으로 야당이 '조 수석 해임'을 요구한 바 있어 이번에 불거진 청와대발 비위 문제가 2019년 예산안, 민생·개혁법안 추진에 주력해야 하는 여당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