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의장은 이명박 당선자의 ‘친형’이라는 점 때문에 이 당선자가 일본에 보낼 특사로 그를 내정했을 때 인수위 내에서도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선자는 ‘배려(?)’ 차원에서 측근 중의 최측근이자 ‘실세 중 실세’라고 할 수 있는 ‘형’을 특사로 임명해 잡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 5선의원인 이 부의장은 지난 1년간 이 당선자의 뒤에서 온갖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청와대로 향하는 험로를 완주하는 등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주역이라는 평가다. 이상득 부의장은 이명박 당선자가 장로로 있는 강남 소망교회의 ‘은퇴장로’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부의장은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갔다가 7일 귀국했으며 특사 역할을 마친 뒤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떤 길을 선택할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접한 상당수 누리꾼은 한결같이 “경제가 어려운데 대통령 친형은 해외여행이나 갔다 오느냐. 대통령 가족이 처신을 더 잘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지금도 끼니 걱정하며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 하는 데 해외여행이라니, 대통령이 됐으니 이제 다 끝났다는 건가”라며 이 당선자와 형을 싸잡아 비난했다.
인수위 측 역시 “직계 가족을 중용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앞으로도 여러 논란을 부를 수 있다”며 이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형이 특사 자격으로 해외를 방문하는 것은 유례가 없던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의 경우 국가원수의 가족이 특사 역할을 하는 것은 비일비재하지만, 지난 10년 간 국내 언론들은 대통령 측근들의 ‘정치 개입’에 대해 ‘측근 인사’ ‘코드 인사’ ‘보은 인사’라며 강력 반발했고 이를 저지해왔다.
그러나 이 언론들은 현재 이명박 당선자의 모든 ‘인사’에 대해 ‘실용 인사’ ‘참신 인사’라며 과거 정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누리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역마살’이라는 누리꾼은 “(언론보도가) 5공 시절 때와 똑같다. 인수위원장이 전두환 때 국보위 출신이라는 게 다 이유 있는 선택 같다”면서 “동아일보 사장이 국무총리 후보라고도 나온 기사도 있는데 만일 한겨레나 경향신문 사장이 총리 후보라고 했으면 조중동이 난리를 피웠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은 이 당선자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자기 사람을 배려하고 앞으로도 이들을 중용할 것’임을 예고하는 성격이 짙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즉, 자신이 약속한 공약들을 실천하기 위해 과거를 묻지 않고 필요한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기용하는 '실용주의 채용'의 진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 당선자의 주변과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10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에 따른 안정적인 국정인수ㆍ인계에 중점을 두기 위해 이 부의장이 필요하다는 ‘이상득 역할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이미 이상득 부의장이 오는 4월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포항 남ㆍ울릉에 출마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한 켠에서는 이 당선자가 ‘이명박 특검법’에 상관없이 대통령에 취임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이후 이 부의장이 ‘현역’으로서 활동한 뒤 제기될 수 있는 ‘코드 인사’ ‘측근(가족) 인사’ 등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계를 은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조심스럽게 꺼내들고 있다.
또한 그가 5선에다 ‘고령’이어서 후배 정치인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줘야 한다는 지역 여론마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터라, 당 일각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공천 물갈이’를 위해서라도 제일 먼저 희생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른바 ‘4·9 총선 불출마설’이다.
이와 관련 이 부의장은 대선 직후 친척들에게 “현역을 떠나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들 좀 해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한나라당 소속 모 도지사 역시 한 언론을 통해 “이 부의장이 대선 기간에 여러 번 찾아와 ‘국회의원을 다섯 번 하고 국회부의장까지 한 내가 더 이상 무슨 소원이 있겠나. 동생이 대통령 되는 것 이외는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 부의장이 대선기간 내내 당이 어려울 때마다 해결사로 나서 ‘맏형’ 구실을 해왔던 점은 인정하지만, 정치인 이상득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동생인 이명박을 지지한 것”이라면서 “10년 만에 이룬 정권 교체를 안정적으로 연착륙 시키기 위해서는 이 부의장이 정치권을 은퇴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득 부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찬반 여론이 교차하고 있는 것과 관련,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명박 당선자는 8일 국회를 방문, 이상득 부의장 등 국회의장단과 회동을 갖고 새 정부 첫 각료 인사청문회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는 등 차기 정부의 원만한 출범을 위한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