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내몰린 박근혜, 끝내 외길 선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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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내몰린 박근혜, 끝내 외길 선택하나?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8.02.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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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어렵지 않다”…‘朴’ 탈당카드 배수진

강재섭 “이방호 사퇴”, 공천갈등 격화일로…한나라 “공천논란 조항 유연하게”
李 당선자측 “일단 지켜보자”…측근 그룹 “이총장 물러나는 것 말도 안돼” 일축
朴측, 공심위 결정 일단 판단보류…신중한 朴 “공심위 결정 보고”, 안되면 액션?

[매일일보닷컴] ‘부정부패 전력자’ 공천 불허 당규를 둘러싼 한나라당내 친이(親李)-친박(親朴)계간 공천 갈등이 강재섭 대표의 이방호 사무총장 사퇴 요구로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지난 1월 31일 부정부패 전력 여부와 관계없이 공천신청 서류를 접수받은 뒤 ‘개별 심사’를 한다는 다소 ‘유연해진’ 결론을 내놓음으로써 꽉 막혀있던 공천갈등에 돌파구를 제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날 밤 강재섭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를 사실상 요구하면서 공천 갈등이 오히려 확산되는 형국이다. 나아가 박근혜 전 대표 측 역시 “공심위 회의를 통해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며 반발하는 기류가 지배적.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형국이다.

요약컨대, 한나라당 공천 갈등은 기존의 ‘친이-친박’ 간 갈등 구도에서 ‘친이 대 강재섭-친박 연합’ 갈등 구도로 변모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지난 1일 “당의 기강을 다잡기 위해 내가 이방호 사무총장과는 일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당원들이 대표가 옳은지 사무총장이 옳은지 판단해 달라”고 밝히면서 배수진을 쳤다. 이 당선자에게 핵심 측근이자 청와대와 당을 잇는 공식 채널이 될 사람을 자르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 공심위의 공천기준 발표에 불만을 나타내며 사흘째 칩거해온 강 대표는 이날 새벽 0시 2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자택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대표가 물러가든 사무총장이 물러가든 분명히 해줘야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특히 이 당선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측근인 이 사무총장이 박 전 대표 측에 대한 ‘정치 보복’을 하려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강재섭 대표는 “지금 이명박 당선인은 새로운 정치를 위해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조금 도왔는지 많이 도왔는지는 모르지만 티끌만한 권력을 얻었다고 분별 없이 설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면서 “걸핏하면 당선인의 뜻인 것처럼 하며 자기이익을 차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이 사무총장을 직접 겨냥했다.

이에 대해 이방호 사무총장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절대 사퇴할 의사가 없다”면서 “특정인을 구하기 위해 당규를 바꾸거나 당규를 위배하는 어떤 행위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작년(2006년) 지방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하고, 당을 근본적으로 쇄신하겠다면서 대국민 약속을 하고 만든 당헌당규”라면서 “이를 놓고 당시 너무 포괄적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강재섭 대표는 분명히 ‘좀 더 세게 나가야 한다. 이렇게 해야 국민이 납득한다’고 본인 스스로 밀어붙인 당규다. 그런 당규를 지금에 와서 특정인(김무성 최고위원) 때문에 허물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사무총장으로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어려울 때 국민에게 혹독한 비판을 받고 난 후 (한나라당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 반성문을 쓰도록 만든 당규이고, 이것을 만든 것이 강재섭 대표”라며 “변화와 개혁을 이끄는 것이 당에 대한 기대이고 거기에 따르는 공심위가 돼야 한다. 당헌당규에 충실한 공천심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앞으로도 공천 원칙은 변함없다”면서 3조2항을 예외없이 적용키로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는데, 정치권은 이 발언이 박근혜 전 대표 측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을 겨낭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이 당선자 측 일각에서는 이 사무총장이 아니라 강 대표가 사퇴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어 당내 갈등은 악화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이 당선인 측근 의원들은 “강 대표가 스스로 만든 쇄신안 때문에 문제가 생기자 책임을 면하기 위해 이 사무총장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부정부패자에 대한 공천신청을 배제하는 공직후보자 추천규정 3조2항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 공천심사위는 앞서 지난 달 31일 긴급 전체회의를 열어 김무성 최고위원 등 논란이 있는 신청자의 신청 자격여부를 별도로 심사키로 의견을 모았다.

공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정종복 사무부총장은 이날 오후 4시45분께 여의도당사 4층 기자실에서 회의결과 브리핑을 갖고 “공직후보자 추천규정 3조2항에 규정된 신청자격이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되는 신청자에 대해서는 신청자격 여부를 별도로 심사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공천 신청 배제자로 지목됐던 김무성 최고위원, 서청원 전 대표, 친이계인 김석준, 박성범 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등의 공천 신청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공심위의 이날 결정은 논란이 된 부분을 명확하게 풀어냈다기 보다는 뒤로 미뤄둔 모양새여서 친이계와 친박계간의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이번 결정은 김무성 최고위원 등으로부터 일단 공천신청을 받은 후 공심위가 본 심사에 앞서 별도의 심사를 해 공천신청 대상이 되는지를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내 친박계는 31일 밤 늦은 시간까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해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의원들은 ‘공천신청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 만큼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 결국 시간끌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 엇갈려 합치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의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께 국회 도서관에서 전체회의를 갖고 “이명박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간의 신뢰관계가 훼손될 경우 행동을 통일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이혜훈 대변인은 이날 오후 3시께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오늘 모임에서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 두 분의 신뢰관계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신뢰가 주위 사람으로 인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행동 통일이 무슨 의미인가”라는 질문에는 “정치적 운명을 같이한다고 한 말과 같은 의미”라고 말해 집단 탈당을 할 가능성이 여전함을 시사했다.

실제로 강재섭 대표가 ‘자택회견’을 통해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를 피력하자 이에 ‘힘을 받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 의원들은 또다시 ‘탈당카드’를 꺼내들며 이방호 사무총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이다.

‘친박’ 측 유승민 의원은 1일 ‘백지연의 SBS전망대’에 출연, “박 전 대표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요즘 창당이 어렵지 않다”고 말해 탈당 및 창당 의지를 시사했다. 유 의원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라며 “우리 요구가 관철이 안 되고 벼랑 끝에 내몰리면 선택은 어쩔 수 없다. 외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회견에 대해서는 “오히려 만시지탄,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면서 “1월 초부터 이 사무총장은 월권행위를 했고 지금 갈등이 더 불거지고 있기 때문에 사퇴 요구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1일 국회에서 윤리위 소속 외부인사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3조2항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이 조항이 원칙대로 적용되지 않을 경우 윤리위원장직을 사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만약 과거로 회귀한다면 우리가 이 같은 한나라당에 머물 필요가 있는 지, 역할이 있는 지 아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일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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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정치되면 한나라당 자멸할 것”
한나라 공천 작업 3대 관전 포인트…한나라당 공천 大혼란 ‘핵심’은 이것이다

△다선 용퇴 ‘물꼬’ 누가 △영남 교체 얼마나 △비리 연루자 ‘배제’ 내홍
공천기준 적용하면 김무성 죽고, 김덕룡 살고…강재섭 사퇴 가능성 내비쳐
KH “공천기준, 편리하게 해석하면 안돼”…‘과거 회귀(?)’ 당헌당규 수정하나

봉합된 것으로 비쳐졌던 한나라당 공천갈등이 ‘심사기준’을 놓고 끝내 갈등이 폭발, 4월 총선을 앞두고 제 발로 화약고로 뛰어드는 분위기다. 이른바 ‘비리연루자’들에 대한 공천문제 때문에 한나라당이 또다시 좌초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

한나라당 공천심사원회 정종복 간사는 최근 “공천신청요건을 놓고 이틀에 걸친 격론을 벌인 끝에 ‘당규대로 한다’는 원론적인 결론을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으로 형이 확정되면 신청자격이 없다는 당규를 시효 없이 적용하기로 한 것.

이렇게 될 경우 친박근혜 측에서는 김무성 최고위원, 서청원 전 대표가 친이명박계는 김덕룡 의원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 씨 등이 공천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탈락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때문에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은 정종복 간사의 말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등 내홍이 짙어지고 있다. 안 위원장은 “공천신청은 받되 다시 회의를 열어 개별사안의 타당성 여부를 심사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공천접수가 끝난 오는 9일 소집되는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신청대상자들의 ‘적격여부’가 ‘최종적’으로 가려지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4ㆍ25재보선 참패 후 한나라당은 당 쇄신 의지를 보이겠다며 공천 규정을 개정했다. 그러나 대선에 승리하자 한나라당의 입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바뀌며 개정된 규정에 태클을 거는 모양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을 현 주소를 보면, ‘토사구팽(쓸모있을 때는 이용하다가 가치가 없어지면 버림)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 논란의 발단은? 뇌물·불법정치자금 수수자 ‘공천 배제’ =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지난 달 29일 오후 3차 전체회의를 열어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공천을 금지하는 당 공직후보자추천규정 3조2항과 9조 등을 공천심사 과정에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공천심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정종복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공천신청 자격요건은 현재 당헌 당규가 정한 대로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당선 가능성, 전문성, 도덕성, 의정 활동 역량, 당 기여도 등 5개 항목을 평가기준으로 정해 심사에 참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공직후보자 추천규정 3조2항은 ‘각급 공천심사위원회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후보자 추천신청의 자격을 불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동 규정 9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 계속 중에 있는 자 ▲파렴치한 범죄 전력자 ▲부정 비리 등에 관련된 자 ▲탈당 경선불복 등 해당행위자 등을 공직후보 부적격자로 명시하고 있다.

정 의원은 3조2항의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두 가지만 해당된다”면서 “선거법은 해당되지 않는다. 넓혀서 해석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심위가 결정한 공천심사기준은 최고위 의결을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누가 죽고 누가 사나 =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이처럼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공천을 금지하는 당 공직후보자추천규정 3조2항과 9조 등을 공천심사 과정에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당내에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한나라당 공직후보자 추천규정 ‘3조2항과 동 규정 9조’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친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을 비롯해 친박계 서청원 전 대표, 친이계인 김석준, 박성범 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등이 공천신청서조차 제출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 본인에 대한 뇌물죄ㆍ불법정치자금 수수에만 당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부인이 지방선거 공천헌금을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덕룡 의원은 살아남게 된다.

김무성 최고위원은 지난 99년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로 기소돼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000만원을, 지난 2000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상대 후보에게 500만원을 건넸다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서청원 전 대표는 2002년 대선 당시 12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는 1997년 5월 한보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바 있고, 지난 2004년 9월에는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김석준 의원은 2004년 총선 당시 지역 시의원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후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불법 수수해 8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박성범 의원은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대가로 명품 코트, 양주 등을 받아 배임수재 혐의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은 ‘부정부패’로 적용하지 안겠다는 방침에 따라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는 친이계 정두언 남경필 심재철 홍문표 정의화 김광원 권경석 권오을 김재경 이상배 의원과, 친박계 김태환 의원, 중립인사인 정문헌 홍준표 의원 등은 무사히(?)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당내 일부 의원들은 “선거법을 뺀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뇌물은 일대일로 주고 받지만 선거법은 돈을 주고 매표 하는 악질적인 행위인데 이해가 안 된다”며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날 공심위가 정한 공천심사기준은 당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확정된다.

◇ ‘강력반발’ 강재섭, 정말 ‘사퇴’할까? =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공천 기준에 당헌당규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공천심사위의 방침에 대해 반발, 지난 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등 불만의 기색이 역력하다.

강 대표는 핵심 측근을 통해 “정치라는 것이 당헌.당규 해석을 떠나 서로 신의를 지키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정치가 되면 한나라당은 자멸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거취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면서 대표직 사퇴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나라당의 경우, 현재 3선 이상 의원은 총 33명. 3선이 25명, 4선이 3명, 5선이 5명이라는 점. 5선의 경우 강재섭 대표, 이상득 국회부의장,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김덕룡 전 원내대표, 정몽준 최고위원이, 4선에는 김형오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 이규택·이강두 전 최고위원이 있다. 또 3선에는 맹형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비롯해 이재오, 권철현, 박종근, 김영선, 김기춘 의원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명박 당선자나 박근혜 전 대표 측근이다.

이에 따라 ‘40% 물갈이론’과 맞물려 다선·중진의원이 용퇴할지가 당의 변화를 가늠할 잣대라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나라당의 풍토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재섭 대표는 29일 전국위원회에서 “젊으면 무조건 개혁적이고 늙으면 은퇴하라는 것은 안 된다”고 따지며 용퇴론에 쐐기를 박았다.

◇ 김무성 “준비된 정치보복…토사구팽” = ‘준비된 정치보복’이라는 주장도 나와 주목된다. 한나라당 김무성 최고위원은 30일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 싸우면서 당을 위해,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위해 모든 협조를 다했는데 결국 토사구팽(兎死狗烹)당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내 친박(親박근혜)계의 좌장격인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중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기자들에게 “박근혜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으로 당의 화합을 위해 정권교체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일반 상식에 벗어나는 당규 개정을 한 것은 준비된 정치보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공직자 임용 기준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라며 “그 이후 16, 17대 총선에서 통과해 민의에 심판받아 압도적으로 당선됐고 주요당직을 역임하면서 한나라당의 발전과 전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위해 온 몸을 던져 일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5년 전에 우리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분(정몽준 최고위원)은 어제 전 한나라당의 축복을 받으면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되고, 10년 동안 당을 위해 갖은 고생을 다 한 사람은 당으로부터 축출되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종복 공심위 간사가 공심위에서 실질적으로 결정된 것과 달리 발표한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최고위원회에서 말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생각을 정리해 빠른 시간 내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지금은 적용기준조차 모호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입맛에 맞게 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규정이라는 것이 지난 경선이 끝나자마자 정해졌는데 우리는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국민들도 그런 식으로 하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또 “기준 자체가 모호하게 돼 있다”고 거듭 당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하여튼 기준과 원칙을 정했으면 예외 없이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해석을 편리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친박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김학원 최고위원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공심위의 결정은 헌법에 위반될 뿐 아니라 형평성에 어긋나고, 당의 화합에도 합당치 않다”면서 “과거 많은 사람들이 벌금형을 받고도 공천을 받아왔는데 이제 와서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공천 자격을 논의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4.9 총선 때 안정 의석을 얻어서 이명박 정부가 순탄대로로 가려는 원래 의도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당내 갈등으로 인해 새 정권이 위험하게 가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내가 공천 배제 대상자? 해당자들 ‘발끈’ = 실제로 김무성 의원을 포함, 당내 일각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친박계 유승민 의원은 “15대 때 일어난 일을 지금에 와서 그대로 적용하면 16대, 17대 국회의원 한 것은 무엇이냐”며 “그런 식으로 하면 김현철씨나 김무성 최고위원은 물론, 이명박계 사람들도 많다. 나중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석준 의원은 “공심위에서 공정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 의원은 “아직 거기(공천 배제)에 대한 명확한 이야기는 안했고, 당에서 지금까지 밝힌 내용은 거기까지 해석이 안 간다”며 “당에 내부 인사도 있고, 외부 인사도 있으니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다. 아직은 (어떻게 될 지) 잘 모르니 당의 판단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박성범 의원은 “나는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해당되는 당원 자격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무소속에서 벌금형을 받은 것”이라며 “당시 당에서 고발한 정치자금 부분은 무혐의 처리가 됐고, 선물을 갖다 놓았다가 늦게 가져간 것은 벌금형인데 그 당시에 무소속이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박 의원은 법원 판결 전 한나라당을 탈당, 당 자체 징계는 피했으며 지난 해 7월 복당한 바 있다.

◇ ‘공천 혼란’…당헌·당규 결국 손댈까 = 한나라당은 공심위 측의 공천 배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게 될 경우 현역 중 배제 대상이 무려 20여명에 이르게 된다. 현역 지역구 의원 109명 가운데 공천 배제 대상자가 20여명에 달하는 셈.

때문에 당내에서는 ‘당헌ㆍ당규를 현실에 맞게 손질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 친박계 김학원 최고위원은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규로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고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인 전재희 최고위원 역시 “형식 논리에 얽매여 정치 논리를 잃는 것은 맞지 않다.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당규 개정을 검토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물갈이론’ 1순위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이상득 국회 부의장도 “공심위 결정을 존중하지만 진행과정에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당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 지도부들은 지난 달 30일 공천기준을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칫 ‘부패정당으로 회귀한다’는 비난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물갈이 공천’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거부감을 한나라당은 극복해야 할 것”이라면서 “강 대표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네거티브 선거 경력자, 부정부패 연루자, 철새정당 출신을 공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실천으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환골탈태, 공천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공천 부적격자에 대한 공천 여부는) 국민이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눈높이에 맞추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부대표는 “국민의 일반적인 법 감정을 무시하려 했다가는 국민의 매서운 저항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은 대선을 통해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총선 공천에서 한결 더 깨끗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봉석 기자 <bstaiji@sisase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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