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비용과 위험부담 최소화하면서 기술 확보 가능
[매일일보 안지예 기자] 국내 중견 제약사들이 최근 제약업계 주요 화두로 떠오른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미래 먹거리인 신약 개발에 나설 수 있는 데다 대형 제약사의 성공 사례도 속속 등장하면서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연구개발(R&D)·상업화 과정에서 외부 벤처 기업이나 대학 등에 투자해 이들이 개발한 치료 물질을 들여오는 전략이다. 실제 업계 1위 유한양행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지난해 1조4000억원 규모의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 기술 수출에 성공하면서 업계 주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유유제약은 최근 신약개발 라인업 다변화를 위해 바이오 벤처기업 아이엠디팜과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유유제약은 아이엠디팜이 보유한 난용성 약물에 대한 나노 가용화 기술이 적용된 ‘나노복합체 기술을 이용한 두타스테리드 단일 정제 및 두타스테리드와 타다라필의 복합제 정제’ 관련 기술을 이전받게 된다.
이 기술은 전립선비대증 질환 특성상 고령환자가 다수임을 고려해 복용 편리성을 현저히 개선해 복약 순응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유유제약은 이번 계약 체결로 미국 및 유럽을 제외한 전세계에 기술 독점적 기술권 및 사업권을 갖게 된다.
신약개발 라인업 다변화도 가능해졌다. 유유제약은 기존 연질캡슐 형태로 R&D가 진행되고 있는 전립선비대증 치료 개량신약(프로젝트명 : YY-201)에 이어 정제 형태의 제품개발까지 추가하면서 보다 탄력적인 시장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성분인 두타스테리드 시장 규모는 국내 약 500억으로 전세계 약 1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백태곤 유유제약 연구소장은 “바이오 벤처기업인 아이엠디팜과 협업을 통해 제약산업의 메가 아젠다인 오픈 이노베이션 대열에 유유제약도 합류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유유제약의 신약개발 방향에 공감하는 벤처기업, 학계 등 다양한 외부전문가들과 밀착된 협력을 통한 아이디어와 기술 접목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약품도 오픈 이노베이션 비중을 높여 신약개발에 적극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세계 유수 연구기관 및 바이오 벤처들과 글로벌 협력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향후 지분 참여, 조인트벤처 설립, 연구 협력, 공동 개발 등에도 나선다.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 글로벌 인수 합병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부광약품은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해 왔다. 부광약품이 투자한 나스닥 상장 희귀질환 바이오벤처 에이서테라퓨틱스는 올 상반기 신약 허가 신청(NDA) 결과와 올 하반기에는 추가 NDA 제출 등이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신약 실패 위험 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 다양한 기관, 기업과의 협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가속화로 국민산업으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올해 사업목표로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