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한미 FTA 협상 당시 쌀 개방 문제는 국민이 알아야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인 관심사안"이라며 "이 경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고 악의적이라고 평가되는 경우에만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가급적 명확한 표현을 피하고 완곡한 어법을 사용하는 외교계의 관행을 감안하면 이 언론사가 근거로 삼고 있는 위키리크스의 문건이 '추가협상'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이러한 의혹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보도는 국민들에게 신속히 알리기 위한 공익적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 보도로 김 전 본부장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여지가 있지만 악의적인 것은 아니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협상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김 전 본부장이 쌀 개방 추가 협상을 '약속했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며 "기사를 읽은 독자에게 김 전 본부장이 국익을 지키지 못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과정에서 '쌀 개방 추가협상을 미국에 약속했다'는 내용이 한겨레 신문에 보도되자 같은해 11월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3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본부장은 소송을 제기하며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해 추가 협상을 약속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미국 측과 밀약을 한 사실도 없고, 약속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겨레신문은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 문서를 근거로 들었다"며 "위키리크스에는 이 같은 내용이 기재돼 있지도 않고 설사 있다고 해도 언론사는 진실을 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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