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TE 대전(大戰)’ 앞두고 10월 국정감사 ‘타깃’ 되나
[매일일보=도기천 기자] 다음달 5일로 예정된 국정감사를 앞두고 KT의 아킬레스건인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CP프로그램)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KT가 CP프로그램을 조직적으로 실행해 왔다는 전직 KT직원의 양심선언이 나온데다, KT계열사인 케이티시에스(KTcs)와 케이티스(KTis)가 CP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을 무더기 징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CP프로그램은 지난해 4월 KT전직 간부 반기룡씨와 피해 근로자들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KT에 대한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의 잇단 의혹제기 등으로 일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는 상태다.살생부 양심선언, 퇴직거부자 무더기 징계…KT사태 일파만파 언어장애인 콜센터 배치, 셋만 모여도 ‘부당한 집회’로 징계
퇴직 거부한 79명 노조 만들어 KT, KTis 상대 집단소송
KT “중장기 인력계획 수립했을 뿐… 퇴출프로그램과는 무관”KT계열사로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티시에스 (KTcs)와 케이티스(KTis)는 최근 근로계약이 종료된 직원들을 콜센터로 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진 퇴사를 유도해 왔으며, 이에 맞서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KT 등을 상대로 최근 집단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매일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KT는 2008~2009년 네 차례에 걸쳐 KT 정규직 직원 500명에 대해 ‘3년간 고용보장·현 임금의 70% 보장’ 및 ‘본인이 원할 경우 3년 계약 이후에도 지속 근무토록 한다’는 조건으로 계열사 전적 형식의 명예퇴직을 실시했다.이들은 KT계열사인 케이티스 등에서 플라자·고충처리 업무(VOC) 파트에 배치됐다. 케이티스는 KT로부터 분사돼 KT민원창구 업무, 100번 콜센터, 114전화번호 안내서비스 등을 맡고 있는 계열사다.이후 3년 계약이 만료되기 직전인 지난해 6월 케이티스 등은 퇴직 신청을 받았고 전체 500여명의 직원 중 400여명 이상이 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퇴직을 거부하고 당초 KT가 약속한 근로계약조건인 ‘3년 근무 후에도 능력과 업적에 따라 지속적으로 근무가능’이라는 계약사항을 이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그러자 케이티스는 이들을 고충처리업무(VOC)부서에서 콜센터(100번) 상담 업무로 배치했다. VOC업무는 KT 본사로 일부 환수됐다.콜센터 업무는 민원인의 각종 폭언, 성희롱, 협박 등으로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 대부분 50대 중년층인 퇴직거부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업무였다.이에 퇴직거부자 79명은 노조(KT희망연대노조)를 결성하는 한편 지난해 12월 KT, KTis, KTcs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이들은 소장에서 “KT 등이 명예퇴직 조건으로 계열사인 KTis와 KTcs에서 지속 근무토록 해준다고 약속해 놓고 VOC업무를 회수하여 콜센터로 배치한 것은 당초 약속을 어긴 기망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KT측은 “3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 약속을 이행했으므로 기망행위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으며 현재 1심재판이 진행 중이다.언어장애인 100번 콜센터 배치법적 분쟁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케이티스가 최근 이들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케이티스 측은 퇴직거부자들의 근태․업무실적 등을 종합 평가해 지난 7월 17명의 감봉에 이어 현재 55명을 대상으로 추가 징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희망연대노조 케이티스지부 백경기 지부장은 13일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위원회 출석통보가 내려진 상태”라며 “회사측이 조합원들의 강제 퇴출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전했다.백 지부장은 “콜센터 업무로 전환된 이들 대부분은 50대 중년층인데다 심지어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분도 있다”며 “20대 직원들의 하루 응대 건수인 62콜보다 못하면 한 달 수당 15만원을 받지 못해 병가, 조퇴 등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백 지부장은 “직원들의 급여도 KT에서 케이티스로 옮기면서 기존의 70%로 줄었는데, 콜센터에 배치되면서는 더 줄어들어 (예전 KT에서 받던 월급의) 절반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가 밝힌 KT본사의 CP프로그램 실행 프로세스는 지난해 최초로 퇴출프로그램을 폭로했던 KT중간관리자 반기룡 씨의 양심고백 내용과 일치한다.또 이번 양심선언이 케이티스 사태가 지난 2008~2009년 있은 KT의 대규모 구조조정에서 비롯됐다는 노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주목된다.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인력퇴출 관련 문건 및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감안하면 부진인력 퇴출 프로그램이 일부 운영되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은수미 의원 측은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KT가 중기인력자원관리계획이라는 퇴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운용되고 있다”며 “국정감사 때 이 문제를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강조했다.하지만 KT측은 <매일일보>에 “채용에서 퇴직까지의 프로세스는 여타 회사와 다를 것이 없으며, 경영환경에 대비를 위해 매년 중장기 인력계획을 수립 및 검토하는 것이었을 뿐”이라며 “퇴출프로그램에 의해 징계, 전보 등 부당한 조치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제기되었던 14건의 구제신청 사건도 퇴출프로그램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이미 판정된 바 있다”고 반박했다.VoLTE 경쟁 앞두고 KT이미지 타격한편 이번 사태가 조만간 막을 올릴 이통 3사의 VoLTE서비스 대전(大戰)을 앞둔 시점에 터져 나와 KT측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KT는 지난해 2G서비스 강제종료 논란으로 LTE서비스를 타 통신사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LTE시장에서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에게 2위 자리를 내주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KT이석채 회장은 조만간 개시될 VoLTE 시장에서 반격의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이 회장은 지난달 상품 및 고객별로 나눠져어 있던 개인고객부문과 홈고객부문을 통합하는 한편 표현명 개인고객 부문 사장을 T&C부문장으로 앉히는 등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유선, 무선, 법인 등으로 나눠져 있는 42개 지역 현장 조직을 11개 지역본부로 통합해 Customer부문 산하에 통합했으며, 미디어콘텐츠, 위성, 부동산 등 3개의 분야를 독립 운영하기 위해 전문회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KT측은 이번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홍보라인을 풀가동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끊임없이 낙하산 논란에 시달려온 KT의 수장 이석채 회장이 이번 국감에서 또다시 불거진 ‘KT살생부’ 논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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