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성숙 기자] 불황 속에 맞이하는 올해 추석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추석 상여금의 양극화 현상이 특히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추석명절 소비활성화 참여계획'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7.1%가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상여금 규모로는 월급의 100% 이상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84.3%에 달했다. 월급의 100% 미만이라는 기업은 15.7%에 그쳤다. 상여금 지급 계획이 없는 기업은 32.9%로 집계됐다.
과일이나 건어물, 생활용품 등 선물을 제공하겠다는 기업은 52.6%였고, 백화점상품권이나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등을 주겠다는 기업도 48.7%에 달했다.
삼성그룹은 기본급 100%와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5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귀향비 85만원과 선물비 25만원을 지급하고 대리급 이하의 직원에게는 상여금 50%를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상여금 50%와 귀향비 50만원, S-OIL은 상여금 50%, 태광산업은 생산직 근로자들에 한해 상여금 50%를 지원한다.
SK케미칼은 기본급의 100%를 추석 상여금으로 지원하고, SK도 임직원에게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기업의 61.9%는 추석 전에 소득세 원천징수 감액분 환급을 추진할 예정이고, 38.1%는 추석 후 환급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전체의 67.1%는 '샌드위치데이'에 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서 회사 전체가 휴무할 예정이라는 응답은 72.5%에 달했다.
샌드위치 평일 휴무로 추석연휴를 5일 갖는다는 응답이 78.4%로 가장 높았고, 6일 또는 7일 이상이라는 응답도 각각 11.8%, 9.8%로 뒤를 이었다.
불황 속 추석,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운’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한국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도 경기 침체로 인해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힘든 추석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748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추석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48.7%의 기업이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원활하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13.9%에 그쳤으며, 37.5%는 이번 추석에 상여금이나 선물 등을 지급할 계획이 “없거나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중기업(종업원 50명이상 300명 미만)에 비해 소기업(종업원 2명이상 50명 미만)의 사정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업의 경우 전체의 32.4%가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지만, 소기업은 절반이 넘는 51.2%가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올해 상여금을 지급하는 중소기업은 지난해 64%에 비해 2.6%p 줄어든 61.4%로 집계됐다.
상여금 지급예정 중소기업 중 절반이 넘는 52.9%는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7.1%는 경기 불황으로 지난해보다 상여금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늘리겠다고 대답한 기업은 1.4%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67.7%) 이후 중소기업의 추석 상여금 지급비율은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여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15.9%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방단체와 대기업에서 추석을 앞두고 중소기업에 특별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게다가 올 추석은 태풍 등 기상악화로 물가가 평소보다 수배로 뛸 것으로 전망 된다”고 말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도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로 대다수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올해에는 추석 특수마저 위축될까 우려 중"이라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대기업과 상위소득 계층부터 지갑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사정이 여유로운 대기업은 올 추석 상여금을 예년보다 풍족하게 지급할 계획인 데 반해, 장기적 경기 침체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은 상여금은 고사하고 당장 운영자금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모두가 풍성해야 할 한가위 분위기마저 양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