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떠받치던 법인세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재정만을 투입하는 정책이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7월호를 보면 5월 현재 누적 국세 수입은 139조5000억원으로 1년전 같은 기간보다 1조2000억원 쪼그라들었다. 비율로는 0.9%다. 세수 감소의 주요 원인은 부동산 거래가 끊기면서 정부의 양도소득세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득세(근로소득세·종합소득세·양도소득세) 수입도 3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부가세도 전년 동기 대비 1.2% 줄어든 32조원이 걷혔다. 경기 부진에 더해 지방소비세 비중이 늘어난 결과다. 교통세 역시 유류세 감세 및 유가 하락 영향으로 7000억원 줄어든 5조8000억원이 걷혔다. 유류세는 1월부터 5월 5일까지 15%, 5월 6일부터 8월 31일까지는 7%가 각각 인하된 바 있다.
세수진도율도 5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5.1%포인트 떨어진 47.3%를 나타냈다. 세수진도율이란 정부의 세수 목표치인 세입예산 대비 실제 세수를 비교한 것이다. 국세가 안정적으로 걷히고 있는지를 비교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5월 기준 지난해 세수진도율 47.9%였다. 올해와 비교하면 0.6%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올해 세수부진이 우려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지난해 4월과 5월에 양도소득세 중과, 법인세 호조에 따른 초과세수가 집중돼 세수진도율이 이례적으로 매우 빨랐다"며 "세수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최근 5년 세수실적 대비 세수진도율 평균과 비교하면 오히려 올해가 2.0%포인트 빨라서 세입예산에 매우 근접하는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수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먼저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이후 반도체 호황 덕분에 11조5800억원의 법인세를 국내 세무당국에 냈다. 하지만 올 들어 반도체 시장은 불황에 접어들었고,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까지 겹치며 향후 사태 전개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기재부는 예년과 비교해 세수진도율이 부진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예년과 다른 경기 악재에 대한 말은 없었다. 실제 올 8월과 내년 3월 기업의 법인세 납부 때 반도체 불황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재정 조기 집행 등의 영향으로 재정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점도 문제다. 이 기간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19조1000억원이다. 1월부터 5월까지 총 지출은 23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5조4000억원과 비교해서 14.4% 늘었다. 하지만 총수입 215조8000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214조원보다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앞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8조6000억원 흑자였고, 당초 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전망한 통합재정수지는 6조5000억원 흑자였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상반기 조기 재정 집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5월말까지 재정 집행실적은 전년동기대비 12조3000억원 초과 집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