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 규제는 개인의 자유와 공동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국가가 사용하는 수단이지만, 이를 통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 하지만 규제는 더 궁극적인 자유를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며, 개인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제약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적정한 규제란 개인의 자유와 공동의 이익 사이에서의 적절한 균형점 위에 존재한다. 그 균형점은 사회의 상황과 산업의 유형에 따라 움직인다. 즉, 새로운 유형의 산업이 등장할 때에는 그에 맞는 규제의 유형도 모색해야 한다.
공유경제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하나의 재화를 여러 경제주체가 공유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재화의 공동 사용은 근대 이전에도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었기에, 그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다. 공유경제의 양상은 디지털 수단의 등장을 통해 극적으로 변한다. 재화의 공유를 디지털 플랫폼이 매개함으로써 그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 변화는 배타적 권리의 이전을 중심으로 했던 전통적인 산업 사회의 계약과 노동 구조도 바꾸게 된다. 전통적인 규제의 틀로 담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규제의 모습은 이른바 ‘top-down’ 방식이다. 국가가 사전에 특정한 조치의 요건과 효과를 정하고, 요건이 충족되면 강제력을 수반한 조치를 발령하는 것이다. 전통적 방식의 규제는 입법의 형식을 취하므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규제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나타나므로, 일률적인 요건-효과의 규정은 집행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거나 플랫폼이 취할 수 있는 혁신의 길을 봉쇄할 수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공유경제 플랫폼 규제를 위해 전통적인 방식을 탈피한 두 가지 수단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자율규제(Self-Regulation)는 플랫폼을 독립한 공동체로 간주하고, 중개 기능의 조건과 온․오프라인에서의 참여자 행위 기준을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이다. 자율 규제는 플랫폼 사업자의 혁신의 가능성을 최대화할 것 같지만, 리스크 역시 안고 있다. 플랫폼 자체의 이익 외에 행위자의 이익을 간과할 수 있으며, 편향성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플랫폼들 사이에 담합이 이루어질 경우,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에 집행위원회는 공동규제(Co-Regulation)를 공유경제 플랫폼 규제를 위한 가장 적절한 대안으로 제안한다. 공동규제는 법률이 정한 목표의 성취를 각 영역에서 승인받은 당사자들에게 맡기는 메커니즘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유경제의 차원에서는 바로 플랫폼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공동 규제는 국가와 시장의 상호 작용과 각 주체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플랫폼이 직접 집행의 주체가 되므로 집행력 제고의 효과가 분명하며, 집행에 있어 코드의 적용 등 혁신적인 기술의 응용 역시 가능하다. 플랫폼들 간의 불균형이라는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공동규제의 본래의 취지인 실질적인 협력과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이 리스크 역시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전제는 다양한 이해관계 당사자가 참여하여 규제의 다핵화(polycentricity)를 이루는 것이다.
공유경제의 활용을 둘러싸고 기존의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갈등을 해소하고 공유경제가 가진 가치를 수용하는 일의 출발점은 공유경제 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정도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물음은 공유경제를 통한 사회적 편익의 창출이라는 공동의 이익과 기존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보호라는 개인의 자유 사이의 어떤 지점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인지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우리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비추어 타당한 합의점을 찾는 데는 유럽법의 도전을 지켜보는 일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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