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품·소재 자급률 향상, 韓 또 다른 기회…기술 M&A·개방 혁신 필요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악재 속에서 소재와 부품·장비의 경쟁력을 높여 향후 중국 시장에 공급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가치사슬(GVC) 체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를 기회로 소재 장비의 경쟁력을 높여 국내 산업구조의 판을 새롭게 짠다는 구상이다. 특히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소재·부품·장비 육성 대책에도 반영한다는 전략이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작성한 ‘새로운 통상질서와 글로벌산업지도 변화’ 보고서에는 최근 GVC 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첨단소재와 장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전략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으로 제언했다.
산업부는 이 보고서에서 국제 통상환경이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린 GVC 체계 재편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수출내 GVC 생산비중이 62.1%로 세계 4위를 차지해 변화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GVC는 기업활동(기획·자재조달·조립생산·마케팅)을 영역별로 나눠 전세계에서 가장 적합한 국가에 배치하는 국제 분업구조를 의미한다. GVC가 활발해지면 국제교역 규모가 증가해 GVC 활용에 따라 기업 경쟁력도 결정된다.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정책은 사실상 산업정책으로 제조업 가치사슬을 북미권역에 묶어두려 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국내, 일본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 독일은 유럽연합(EU) 지역에 권역별 가치사슬을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로써 지난 30년간 전세계에 걸쳐 구축돼 있던 GVC 체계가 북미, 중국, 유럽, 아세안의 4개 권역으로 빠르게 재구성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속에 중국의 부품·소재 산업 자급률 향상은 한국에 위기이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주력 수출제품인 철강, 석유화학에서 이미 자급 생산체제를 갖췄다고 평가되며, 이제는 반도체의 자급 준비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그동안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던 한국, 일본, 대만과 중국 간의 분업 협력구조가 깨지면서 무한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부품자급률이 높아질 때 한국이 소재와 장비를 공급하는 새로운 GVC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부품자급을 이루더라도 소재와 장비는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한국이 공급할 수 있도록 GVC 위치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과거 한국의 휴대전화,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가 일본을 제치고 승승장구할 때 수면 아래에서 일본이 소재·장비의 기술력을 무기로 우리나라 전자산업 생태계를 좌지우지했다”면서 “우리의 조립·부품산업이 일본의 소재·장비를 공급받아 성장했듯이 우리도 중국에 대해 일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래야 향후 10~20년 이상 한국 산업의 성장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GVC 변화에 대한 대처는 우리에게 충분한 기술력이 있을 때 힘을 받는다”면서 “글로벌 기술 인수·합병(M&A)과 개방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기술 확보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소재·장비기업 육성을 위해서도 속도감 있는 기술 M&A가 가장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전기차, 스마트가전과 같은 새로운 산업은 아직 권역별 가치사슬이 형성돼 있지 않다”면서 “새롭게 형성되는 GVC를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기획·생산·마케팅과 같은 GVC상의 활동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 전략보고서는 1년여 전부터 GVC 체계 재편에 따라 국내 산업구조를 재구성하는 전략을 마련 중에 있었으며, 지난달 초 일본의 반도체 3대 소재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소재·부품·장비 육성책은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