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등 신흥국서 활로 찾지만 현지생산에 되레 수출 감소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한국 경제의 경기하강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반전의 모멘텀이 될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탈출구는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교역상대국 역시 경기하강 국면에 접어들었고, 아세안을 비롯한 새로운 시장은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 경제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다.
▮중국 올 성장률 6%도 장담 못해
22일 현재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3분기부터 성장률 7%선이 무너진 뒤 6.8%를 전후해 등락을 이어오다 2018년 1분기 6.8%, 2분기 6.7%, 3분기 6.5%, 4분기 6.4%로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올 1분기 6.4%, 2분기 6.2%까지 내려가며 분기별로는 2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도 최근 “중국 경제가 6% 이상의 중고속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리커창 총리)이라며 중국 경제의 현실을 인정하고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美추가관세 시행 땐 中성장률 급락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가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둔화하고 있으며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미 IMF는 추가관세 부과가 없다는 전제 하에 올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6.3%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으며 미국이 남은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를 25%로 인상하면 향후 1년 간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0.8%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하반기 들어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는 전반기보다 악화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하는 데 그쳐 200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도 2분기부터 성장세 꺾여
미국의 성장세도 한풀 꺾인 상태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2019년 1분기 3.1%에서 2분기 2.0%로 급격히 둔화됐고, 하반기 전망 역시 어둡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중 간 무역전쟁, 유럽의 브렉시트 문제, 사우디아라비아 피격 사태 등 각종 리스크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7월에 이어 9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CNBC에 따르면,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38%가 2020년부터 미국이 경기후퇴에 진입할 것이라고 답변했고, 내후년이라는 답변도 34%에 달했다.
▮유로존은 디플레 우려까지 겹쳐
유럽 경제의 중추인 유로존의 상황은 브렉시트 악재로 인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8% 성장률을 기록한 유로존 19개국의 2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1%에 그쳤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부양을 위해 수차례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지만 경기 하강을 멈추지 못했다. ECB는 올해와 내년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1.1%, 1.4%에서 1.2%로 각각 낮췄다. 여기에 유로존은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서도 활로 못찾아
이처럼 한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모두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자 정부는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정부가 이달 발표한 ‘수출시장 구조혁신 방안’을 보면,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기존 주력시장에 대한 수출비중을 2022년까지 13.4%포인트 줄이는 대신 동남아·중앙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등에 대한 수출 비중을 1.5배로 높여 전체 수출을 늘리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구상이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7%까지 늘어난 아세안 국가들만 봐도 확인된다. 올 들어 대 아세안 수출은 1월 3.9% 이후 2월(-3.1%), 3월(-7.5%), 4월(-1.2%), 5월(-4.0%), 6월(-8.5%)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7월과 8월에 반등하긴 했지만 각각 0.5%와 1.9%에 그쳤다. 이는 성장세를 계속해온 아세안 역시 글로벌 경기 하강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특히 우리 기업의 현지생산이 늘면서 기존 중간재와 최종재 수출이 감소한 결과로 향후에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