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국회의장, 본회의 상정 표대결 강행 구상 차질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안 처리를 두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과의 ‘표 대결’도 구상했지만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대립각을 세우며 바른미래당이 협상의 키를 쥔 가운데,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의 대표인 유승민 의원이 “공수처 법안에 반대한다”고 공언하고 나선 탓이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를 맡고 있는 유 의원은 2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에 반대하며 12월 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 법안을 막아내는 소명을 다한 뒤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했다. 유 의원은 지난 19일 변혁 소속 의원들과 회동을 가진 후 이러한 입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오신환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선거법 합의 처리를 약속할 경우 ‘권은희 안’을 중심으로 표결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던 것과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유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권력의 도구가 되는 공수처는 절대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이 분명하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 법안의 본회의 부의 시점을 오는 29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당이 공수처법 반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나머지 야3당과 공조해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전날 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갖고 공수처 법안을 우선 선 협의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두 개의 공수처법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에 대해 “주요 차이점이 4~5개다. 공수처 설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며 조율 의지를 밝혔다.
이에 더해 문희상 국회의장도 순방지인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여야 합의 불발시 사법개혁법안의 상정 계획 여부에 대한 질문에 “합의에 의해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도 “법이 허용하는 한, 법이 정한 의장 권한으로 사법개혁안을 꼭 상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유 대표가 ‘공수처 반대’ 의지를 공언하며 민주당의 이러한 구상에는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금은 최대한 야당과 협조해서 하는 방안이 첫 번째 방안이고, 그 다음에는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공수처에 대해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3당 원내대표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공수처에 목매는 것은 그만큼 본인들의 비리를 덮을 것이 많다는 것”이라며 “국회를 협치의 장이 아니라 지난번 패스트트랙 폭거에 이어 또 한번 난장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