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지리한 소송 끝에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손실본 투자금액 1690억원 가운데 이 중 일부인 900억원 내외를 돌려받게 됐다.

17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0년 2월 리먼브러더스인터내셔널 유럽 법인(LBIE)를 상대로 제기한 원리금 지급 청구소송과 관련 화해금을 받기로 합의하고 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로 한국투자증권이 돌려받게 되는 금액으로 피해금액의 50% 가량을 넘긴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합의금 등 일회성 이익은 지난해 회계연도에 반영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리먼브러더스와 합의하고 소를 취하했다”며 “합의 내용 관련해서는 양측간 비밀유지 계약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07년 리먼브러더스 네덜란드 자회사(LBT)가 발행한 신용연계채권(CLN) 3000억원을 매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자산유동화증권(ABS) 3200억원어치를 발행해 1330억원을 신한금융투자 및 아이투신운용(현 HDC자산운용)에 매각하고 나머지 1690억원 가량은 보유했다.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신용연계채권의 기초자산은 금호산업 채권과 대우건설 주식이었다. 리먼브러더스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 당시 금호산업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고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신용연계채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한국투자증권이 매입한 신용연계채권은 한 순간에 휴지조각이 됐다.

이후 2010년 2월 한국투자증권은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본사인 LBIE를 상대로 원리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1년 1심과 이어진 2012년 2심 모두 한국투자증권이 패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신용연계채권의 기초자산인 대우건설 주식을 LBIE가 보유하고 발행 실무를 직접 맡아 LBIE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LBIE가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투자증권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심 패소 이후 2011년 3월 LBIE를 상대로 600억원 규모의 채권자 대위소송을 제기했다. LBIE가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에 대한 처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가처분소송을 함께 진행해 리먼브러더스의 한국 내 자산 3000억원 가량을 동결시켜놨다.

한편 이번 합의로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관련 거래로 인한 충당금을 1500억원 가량 적립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손미지 연구원은 “리먼 파산으로 인한 충당금을 적립해놔 피해금 환수가 일어나면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직 시기나 액수가 확정되지 않아 실적 추정에는 반영하지 않았으나, 이번 깜짝 호재로 동사 주가의 단기 랠리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