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플랫폼 비즈니스가 전 세계적으로 대세다. 산업계 전반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혁신경쟁에 몰두해 있다. 네이버 시가총액은 27조원대로 불어 현대차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치고 3위 자리를 꿰찼다. 바뀐 시대를 대변하는 이야기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금융과 기술을 합친 '핀테크'로 다양한 혁신금융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온라인에서 새로운 금융 생태계가 탄생하고 있는 거다.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금융사도 이제는 IT를 기반으로 경쟁해야 한다. 더욱이 경쟁 상대는 금융사만이 아니다. 송금과 지급결제, 보험상품, 대출에 걸쳐 핀테크 업체와도 경쟁하거나 협력할 길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금융혁신은 이미 시작됐다. 얼마 전 시험 서비스에 들어간 오픈뱅킹이 대표적이다. 오픈뱅킹은 금융권에서 온라인 전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은행이 가진 고유 결제기능과 고객정보를 '오픈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Open API)' 방식으로 3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디지털 역량을 겨루는 진검승부를 뜻한다.
회사 입장에서 관건은 시장 선점이다.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오픈뱅킹 초기 경쟁력을 갖춘 곳으로 소비자와 투자자가 몰릴 것이다.
문제는 악순환으로 이끄는 과열 경쟁이다. 실적을 좇는 금융사에만 맡겨서는 피하기 어렵다면 당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금융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생길 것이다.
이미 일부 은행에서 이체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모든 금융사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약해졌다. 예ㆍ적금 정보 조회만 해도 그렇다. 은행 계좌를 모아서 확인하는 일조차 아직 어렵다. 애초 입출금계좌뿐 아니라 예ㆍ적금, 펀드 정보까지 모두 공유할 수 있게 합의했지만 몇몇 은행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금융혁신을 위한 마중물 역학을 해줄 걸로 기대해온 오픈뱅킹이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금융사는 여전히 구태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시범 서비스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기술혁신 속도를 따라가는 일은 뒷전이고,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영업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국이 제때 나서 좀처럼 열리지 않는 오픈뱅킹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