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91년 3당 합당 모델 통합 비대위 만들자"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단식과 연이은 밤샘 농성으로 건강이 악화돼 입원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병상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는 연동형 선거법을 무용지물로 만들기 위해 비례한국당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총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동시에 지지부진한 보수통합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배현진 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은 26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황 대표가 보낸 호소문을 대독했다. 호소문에서 황 대표는 "연동형이라는 선진적인 느낌의 용어를 포장지로 사용하면 생업에 바쁜 국민들께서 들으시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시겠지만 이것은 전형적인 꼼수이고 위헌적인 개악"이라며 "여러분께서 투표하신 비례대표 투표가 최대 80%까지 사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선거법이 통과되면) 비례한국당, 비례민주당, 비례정의당을 비롯한 해괴망측한 이름의 정당들이 100여개 이상 속출해 선거제도가 희화화되고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며 "마치 히틀러의 나찌당이 선거를 통해서 국회에 진입한 후 독재와 전쟁의 광기를 내뿜었던 것처럼 이 선거법 개정안은 우리를 망국의 길로 이끌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그러면서 연동형 선거법이 통과될 경우에도 "충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총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저희 한국당을 지지해달라"고 했다. 그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헌법과 법률, 또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합법적인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이 괴물 같은 선거법 개악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꼼수에는 묘수를 써야한다는 옛말이 있다"며 "선거법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비례대표 한국당을 반드시 만들겠다. 그것만이 꼼수 선거법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뜻을 받드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황 대표는 호소문에서 보수통합도 호소했다. 그는 "지금 한국당 바깥에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들 싸우고 계신다. 하지만 흩어져서 싸워서는 저들을 막을 수가 없다. 우리가 분열해서는 이 싸움을 이길 수 없다"며 "선거법 저지, 좌파독재 저지를 위해 머릿속에 있는 다른 생각들은 다 비우자. 한 줌 생각의 차이는 다 덮고 힘을 합치자"고 했다. 이어 국민과 당원을 향해 "오늘만은 분열된 우리가 하나 되는 것을 허락해달라"며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자유대한민국이 무너지는데 당의 울타리가 무슨 소용인가. 다 걷어내고 함께 맞서 싸우자"고 했다.
이날 황 대표의 병상 호소문을 당 대변인인 아닌 원외인사인 배 위원장이 대독한 것도 보수통합 메시지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황 대표가 보수통합의 메시지를 위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측근인 배 위원장을 내세웠다는 것. 이날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의 호소문이 나온 뒤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하지 않고는 총선도 대선도 없다"며 "91년 3당 합당의 모델을 상기해야 한다. 통합 비대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