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송영택 기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월 100만원을 모든 유권자에게 동일하게 준다는 헌법개정안을 이번 21대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3분의 2 이상 찬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말이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가 거의 마비상태에 놓이자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름만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의 현금지급을 시행하고 있다. 현금지급의 효과와 재원마련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과 맞물리면서 “표를 돈으로 사려는 매표행위의 다른 형태”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하위 70% 가구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소득하위 70%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를 놓고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본으로 하면서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소득제는 재산이나 소득이 많든 적든, 일을 하든 안 하든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정부가 국민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2016년 스위스는 18세 이상 성인에게 매달 300만원, 어린이·청소년에게 78만원 가량의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투표결과 유권자의 76.9%가 반대해 부결시켰다. 전제조건으로 세금을 더 내고 일부 복지제도를 축소해야 하는 사안도 부결 이유로 지적됐지만 기본적으로 스위스 국민들은 정부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스위스 외에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 됐던 곳은 알래스카, 핀란드, 네덜란드, 프랑스, 캐나다 등이 있다. 이들 나라들의 공통된 고민은 기본소득이 소득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까? 일을 하려는 유인책으로서도 성공적인 정책이 될 수 있을까? 그럼 재원은 어떻게 확보할까? 등이다.
앞서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다. 현재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이 김종인 씨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시절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본소득을 거론했다. 경제민주화를 주창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20대 여야 국회 연구모임인 ‘아젠다 2050’도 첫 의제로 기본소득제를 채택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기본소득제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과 소득이 분리되는 세대에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씨가 사회적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보수의 최고의 가치 추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현재 보수 야당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다.
최저임금을 많이 주면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판단되면 왜? 시급 1만원에 머무나 10만원을 주면 경제가 엄청 잘 돌아갈 텐데, 기본소득도 얼마 줄지 금액을 놓고 왜 고민을 하나? 최대로 많이 주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텐데.
우리는 일본의 20년 경제불황을 겪으면서 소비진작을 위해 국민들에게 돈을 뿌렸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돈을 뿌리면 나아지지 않겠어? 라고 훈수를 두는 ‘똑똑 바보’ 경제학자는 물론이고 정치인까지 공동체 안에서 이들과 언제까지 생활을 같이하는 배려를 할수 있을까? 나의 삶은 내가 책임진다는 품격 있는 유권자들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