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우리 정부가 25일 개성공단 잠정중단 사태의 해결을 위해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했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우리 정부의 이번 제의를 대북 압박과 위협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무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하면서 북한 당국에 26일 오전까지 입장 회신을 요구하고 거부할 때에는 중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지만 이는 북한 입장에서는 시점을 못박으면서 중대조치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위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더욱이 하루 전 우리 정부가 뭍 밑에서 대화를 제의하고 북측이 거부하자 곧바로 이날 대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은 남측 정부의 압박조치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북한이 회담을 받아들이면 우리 정부의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그동안 개성공단 재가동 조건으로 내세운 요구들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대화 제의를 거부할 소지를 키우는 부분이다.
북한은 지난 8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의 담화를 통해 보수단체의 최고존엄 모독과 개성공단이 북한 외화벌이 수단이어서 함부로 중단할 수 없다는 보수언론의 논조를 비난하며 이에 대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북한의 요구는 개인과 언론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우리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지만, 북한이 남측의 최소한의 입장 표명이 이뤄지지 않은 한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한반도의 전반적인 정세가 북한으로 하여금 남측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한미합동군사연습인 독수리훈련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이다.
북한은 대화와 전쟁연습이 동시에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에도 을지 프리덤 가디언 등 한미합동군사연습 실시를 내세워 6자회담을 중단하거나 연기한 적이 있다.
한국과 미국이 북측에 대화를 제의한 이후 북한은 국방위원회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 주요 기구와 매체들을 총동원해 전제 조건을 내세우면서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이라는 점도 개성공단만을 의제로 한 회담이 성사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긴장국면과 개성공단을 별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반면 북한은 개성공단을 언급할 때마다 ‘군사도발행위 중단’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한반도의 전반적인 위기국면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조평통은 지난 18일 대변인 담화에서 남한 정부의 개성공단 관련 대화 촉구에 대해 “남조선당국은 개성공업지구 문제만을 떼여놓고 오그랑수(술수)를 쓰려고 하지만 공업지구 사태로 말하면 현 북남관계 정세의 집중적 반영”이라며 “개성공업지구를 위험천만한 전쟁발원지로 만들려 하면서 ‘운영 정상화를 위한 대화’요 뭐요 하는 것은 한갖 요설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개성공단 재가동이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완화하고 대화에 나서기 위한 자신들의 중요한 카드 중 하나인 만큼 섣불리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북한은 적어도 이달 말 독수리연습이 끝나고 내달 7일 한미간 정상회담을 결과를 좀 더 지켜보고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정치, 경제적으로 자신들에게 적잖은 이득을 주는 개성공단을 지키려고 회담에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개성공단에 대해 완전 폐쇄가 아닌 잠정중단이라는 유보적인 조치를 내놓았고 대남 담당 비서가 직접 나선 만큼 회담 거부로 생길 후유증을 최소화하려고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남측의 대화 제의에 역제안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