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가 잘 되어야 경제도 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6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운 '우리 정치,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글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또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려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정치가 경제정책에 바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를 잘되게 하려면 먼저 정치부터 고쳐야 한다"며 "경제에 부담주지 않고 경제정책 챙길 것을 확실히 챙기면서 토론하고 고치고 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해찬 총리가 이날 경제민생점검회의를 대신 주재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이 '대통령은 올해 경제에 올인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비판한 것과 관련, "이런 보도를 한 언론은 정말 대통령이 점검회의를 주재하지 않으면 경제가 잘 안돌아 간다고 믿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비판과 논의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냉정을 잃으면 수준을 잃기 쉽다"고 충고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어제도 경제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했고,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서 다뤄진 사항은 많은 부분 사전에 점검, 보고과정을 거쳐 이미 검토했다"며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시도 관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연설문이다.
우리 정치,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
우리 정치 고쳐야 할 점이 많습니다. 고치자면 진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야대정치(野大政治)에 관한 논의를 제기하면서 “경제도 어려운데 또 무슨 정치 이야기인가?” 하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제에 올인 한다 해놓고 웬 정치 이야기냐?”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런 비판은 지나친 단순논리입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할 일을 모두 멈추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밥 짓기 바쁜데 무슨 부엌 고치기냐?” 시어머니가 이렇게 묻는다면 며느리는 “부엌 설비가 잘 되어 있어야 밥 짓기가 잘 되지요”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길게 보면 정치가 잘못된 나라가 경제에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정치가 잘 되어야 경제도 잘 될 수 있습니다.
당장의 부동산 정책만 보아도 당정협의에서 깎이고 다시 국회 논의과정에서 많이 무디어져 버렸고, 그것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정치가 경제정책에 바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경제를 잘되게 하려면 먼저 정치부터 고쳐야 합니다. 경제에 부담주지 않고 경제정책 챙길 것 확실히 챙기면서 토론하고 고치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에 올인 한다 해놓고 경제민생 점검회의는 왜 주재하지 않느냐?”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앞의 논리와 결합되면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비판과 논의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지 않기로 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보도를 한 언론은 정말 대통령이 점검회의를 주재하지 않으면 경제가 잘 안돌아 간다고 믿고 있습니까? 냉정을 잃으면 수준을 잃기 쉽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우리 정치, 토론이 필요합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면 고쳐야 할 곳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역구도의 문제는 나라발전에 큰 걸림돌입니다. 국회의원 후보시절부터 이 문제에 정치인생을 걸고 맞서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주의의 결과로서 우리 정치는 가치지향이 없는 정당구조 위에 서 있습니다. 가치와 논리의 논쟁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대결하는 정치가 되니 정치 이론도 발전되지 않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도 설 땅이 없습니다.
투표율과 의석비율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 비논리, 지역단위로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활권이 다른 4개 군을 하나로 묶어 국회의원 1명을 뽑아놓고 이 사람을 지역대표라고 하는 비논리, 지방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계속되면 국회에서 지방의 대표권도 줄어들 터인데 장차 국민통합에 심각한 장해사유가 생기지는 않을 것인지, 이런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너무 부족하여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 됩니다.
정치인들은 이 비정상의 구조 위에 기득권의 성을 쌓고 문제를 외면하고, 시민사회는 모든 문제를 정치인의 도덕성 문제로 단순화해놓고 혹시 이런 논의가 정치인의 밥그릇 챙기기로 흐르지 않을까 불신하여 논의를 외면하고, 학자들은 서양의 정치이론에 안주하여 한국의 정치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속이 탑니다. 많은 문제들을 내놓고 토론해야 합니다. 그래야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이런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다 토론에 올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당장 부닥친 문제부터 사회적 논의에 올려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 여소야대 문제를 제기해 본 것입니다. 그것도 하도 조심스러워서 당 지도부에만 살짝 제기해 보았는데 기왕에 공개가 되었으니 공론화해 보자는 것입니다. 재미삼아 속셈을 계산하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구경꾼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주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논의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 기회에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해 보았으나 공론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취임 후 첫 국회연설에서는 국회가 지역구도 문제의 해결에 동의한다면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절반 이상을 내놓을 용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역시 아무런 호응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될 수만 있다면 그 이상의 것이라도 내놓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내용의 타당성이나 현실성에 관한 논의는 어디로 가버리고 ‘속셈’이니 ‘승부수’니 ‘스타일’이니 하는 이미지 이야기나 게임의 논리만 무성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05년 7월 6일
대통령 노 무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