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차가워지는 아침 공기가 겨울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한겨울 삭풍을 떠올리니 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날씨만큼이나 들려오는 소식들도 마음을 위축시킨다. 코로나는 언제 잠잠해질지 가늠할 수 없는데 생각지도 못한 독감백신까지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이사철 전세대란은 이제 월세대란으로 번져가는 중이고, 주식시장에서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사기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피해자 구제가 아닌 검찰수사 논란만 뜨겁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 소식까지 들리니 마음이 더욱 착잡해진다.
국내 상황이 이처럼 혼란스러운 가운데 외부에서도 중대한 사건이 목전에 다가왔다.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은 그 결과에 따라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의 시선이 내부로만 향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선의 승자가 누가 될지 시나리오별 대응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인 만큼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는 경우다. 바이든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을 압박해 스스로 핵포기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를 가졌지만, 사실상 북한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정책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8년 동안 북한은 국제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탄두는 물론이고 운반수단인 ICBM 능력을 고도화시켰다. 대북 매파이건 비둘기파이건 ‘전략적 인내’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바이든 후보의 유세 발언을 보면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마지막 대선TV토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폭력배”로 부르면서도 그와의 만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바이든 후보는 ‘김 위원장과 만나는 데 조건이 있다면 무엇이겠느냐’는 토론 진행자의 질문에 “그들은 핵 능력을 줄여야 한다. 한반도는 비핵화 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바이든 후보가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말한 점이 가장 주목된다”며 “트럼프식 정상외교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이모어와는 다른 해석도 있지만 적어도 ‘전략적 인내’가 되풀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보인다. “바이든과 그의 참모들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전략적 인내’의 실패를 직접 목격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여당 역시 비슷한 시각을 내비쳤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감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을 때) 클린턴 정부 3기로 대북 정책이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클린턴 집권 말기에 대북 접근이 정책적 합리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