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60곳 이상의 공공기관장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 인사가 이달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새 정부 국정의 틀이 대부분 갖춰짐에 따라 청와대는 공기업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교체작업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수 십 곳을 대상으로 후보군들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검증 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3일 “현재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인 자리가 60여곳인 것으로 안다”며 “임기가 도래하거나 사퇴 의사를 밝힌 자리 위주로 검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미 4월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공공기관장 후보들에 대한 인사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임기를 남기고 사퇴하는 기관장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은 공모 절차와 검증 절차를 합해 두 달 정도 소요된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어서 이르면 이달 중 대대적인 교체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달 정도 장·차관급이나 청와대 비서진 등 정무직 인사를 진행했고, 4월께부터 본격적으로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을 시작했다”며 “그동안 작업이 차질없이 진행돼 왔으니 이제부터 순차적으로 신임 기관장들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공공기관장 교체 기준으로 ▲국정철학 ▲전문성 ▲경영평가 결과 등 3가지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공공기관장 인선의 기준으로 언급했던 국정철학 공유 여부나 전문성 여부뿐만 아니라 공기업 경영실적 결과도 기준으로 들어간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3월 111개 공공기관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재직한 기관장 100명, 상임감사 58명을 대상으로 평가에 착수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이달 20일 종료되는 경영실적 평가는 기관장을 6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청와대가 현재 검증을 진행 중인 60여곳의 경영평가 결과 ‘경고’를 받는 D등급이나 ‘해임 건의’로 분류되는 E등급을 받은 기관장까지 포함하면 교체 대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에 인사권이 있는 공기업 및 공공기관장 가운데는 지난달 전임자가 잇따라 사퇴 의사를 표명한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과 한국가스공사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의 자리에 어떤 인사가 낙점될지가 관심을 모은다.
또 정부가 사실상 인사권을 쥐고 있는 주요 금융기관 수장의 인선도 초미의 관심사다.
금융권 ‘4대 천왕’ 중 마지막으로 남은 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는 임영록 KB금융사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최기의 KB카드 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 4명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최종 인터뷰 대상 후보로 선정됐다.
농협금융지주도 지난달 말 사의를 밝힌 신동규 회장의 후임을 뽑기 위한 회추위가 구성돼 후보를 13명까지 압축했으며, 조만간 최종 후보군을 5명까지 줄일 계획이다.
한 정치학자는 “정권이 바뀌면 정례 행사처럼 치러졌던 공공기관장 ‘물갈이’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100일 동안에도 예외 없이 진행됐다”면서 “다만 공공기관장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아 반발 기류가 거세게 일었던 이명박정부 때와 달리 새 정부는 ‘MB맨’의 색채가 짙은 기관장의 자진 사퇴를 우선적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잡음이 다소 줄었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