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강준호 기자] 정부가 출범 석 달여 만에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기업은행 지분 매각까지 재추진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가 선정한 140개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2017년까지 134조800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경기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주식시장과 인수·합병(M&A) 시장 모두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부가 ‘제값’을 받고 지분을 팔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이날부터 닷새간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홍콩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어 투자자를 모색한다.
올해 3월 말 현재 정부는 기업은행 지분 6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는 정책금융공사(8.9%), 수출입은행(2.3%), 기타(23.7%) 등이 보유하고 있다.
정부의 목표는 주주권 행사에 필요한 지분 50%+1주 이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나머지 15.1% 지분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적정 가격으로 블록세일(대량매매) 하는 것이다.
정부는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싼값에 넘겼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어 이번에도 ‘헐값매각’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금융위원회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가진 대우조선 지분 17.15%(3280여만주)를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 주관사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금융위는 국내 주식시장과 조선업종에 대한 분석과 전망, 대우조선 블록딜 또는 산은 등이 보유한 주식까지 묶어 경영권을 통째로 파는 방법 등도 검토할 예정이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분은 31.3%이다.
대우조선은 조선업계에서 ‘알짜 매물’로 꼽힌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말기인 지난해 하반기에 산은과 당시 2대주주였던 자산관리공사(캠코)는 매각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다.
캠코는 지난해 7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현재 주가, 거시경제 상황, 잠재적 투자자 등 매각 환경이 불리해 현 시점에서는 매각 여건의 개선 추이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도 냉랭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우조선이 ‘알짜 매물’이긴 하지만 건설과 조선·해운 업종이 상황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 지 이미 오래된 상황이어서 시장이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질지 미지수다.
정부는 우리금융 매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수차례 ‘배수의 진’을 치고 성공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피력한 바 있다.
정부는 우리금융이 소유한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 등을 따로 떼어 파는 분리 매각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시가총액 9조원의 ‘공룡 매물’이고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지분이 56.97%에 달하며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가 심해 선뜻 인수자가 나서기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정부는 인천공항공사의 지분 49%를 시장에 매각해 공항 확장 사업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