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영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전(前) 이명박 정부에 대해 ‘선 긋기’를 본격화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일어난 원전 비리 문제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전 정권과의 ‘선 긋기’를 위한 ‘대상 1호’로 택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2일 정치권과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원전 가동중단 사태를 촉발한 위조 케이블 조사 과정에서 지난해에도 비리에 연루된 부품 수백 개가 적발됐던 사실을 파악하고 원전 비리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기로 한 것은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례로 박 대통령은 지난 2주 동안 무려 3차례에 걸쳐 원전 비리 책임을 공론화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원전 비리는 역대정부를 거치면서 쌓여온 일”이라면서 “과거 정부에서 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는지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리를 하루 빨리 찾아내 국가의 기강을 흩트리는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지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인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원전 비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 더 충격적”이라며 “감독책임이 있는 관련부처와 여야 정치권은 투명하게 모든 것을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도 “원전은 우리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정말 중요한 문제임에도 그동안 여러 사고가 발생했다”며 “앞으로 확실한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검찰과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원전 비리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재수사와 함께 원전 운영과정 전반에 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수사결과에 따라선 불량부품 납품 업체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물론 이명박 정부때의 관련부처 책임자와 청와대까지 불통이 튈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정부는 물론 노무현 정부 시절까지도 원전 관련 문제점을 샅샅이 살펴 볼 것이고, 필요하다면 원전관리 시스템과 조직 변경도 고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사안이 많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의 직설적인 사정 발언이 자칫 ‘책임 떠넘기기’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설사 새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하더라도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진 최고지도자 입장에서 ‘과거 정부’ 탓만 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향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도 철저한 점검을 지시한 만큼 이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과(功過)를 가릴 것으로 보여 이명박 정부와의 ‘선 긋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