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韓中회담서 ‘신뢰프로세스 카드’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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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韓中회담서 ‘신뢰프로세스 카드’ 꺼낸다
  • 김영욱 기자
  • 승인 2013.06.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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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안정 위해 신뢰구축 중요… ‘불씨’ 살려야

 

[매일일보 김영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불씨를 살리려고 ‘중국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11일 남북 당국회담 논의가 결렬된 뒤 이틀간 침묵했던 박 대통령은 14일 첫 대외 일정으로 중국의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을 접견했다.

탕 전 위원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사 격으로 서울을 찾았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이 오는 27일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 주석과의 회담 내용을 간접 조율한 셈이 됐다.

박 대통령은 탕 전 위원에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직접 설명하면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중국이 설득해 달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은 중국 측에 “북한이 도발하면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걸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대화 의지에 방점을 찍었다.

탕 전 위원도 지난 8∼9일 미·중 정상회담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상세히 설명한 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데 미·중 정상이 의견 일치를 봤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비핵화’보다 우선순위에 뒀는데 탕 전 위원은 ‘비핵화’를 앞세워 설명했다”며 “이제 중국도 북한 비핵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인식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 지렛대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27~30일 방중 기간 중 중국 대학에서 한 차례 짧은 분량의 중국어 연설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정부 안팎에선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은 시기상조”란 신중론이 강했다. 하지만 ‘중국어를 하는 첫 한국 대통령’에 대한 중국 측의 기대가 워낙 큰 데다, 남북 대화 무산 이후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박 대통령은 중국 대륙에서 활약 중인 인기 연예인과 운동선수들도 방중 행사에 초청하고 한국 측 주최 오찬에 한·중 양국 음악을 함께 연주시킬 방침이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남북대화 무산 뒤 첫 카드로 중국에 유화 메시지를 던졌다. 15일 시 주석의 60회 생일 축하 축전을 보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통적인 조·중 친선을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견지에서 대를 이어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우리 당과 인민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한·미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혈맹인 북한 편에 서 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미국도 한·중 정상회담에 무게를 실었다.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4일 워싱턴의 한 세미나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지만, 한·중 정상회담 이전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계획된 건 없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 뒤 북측의 태도 변화를 보고 행동 방향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남북한과 미국 모두 중국을 쳐다보는 형국이다.

시 주석으로선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6자회담 재개’를 향한 행보를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부터 개시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6자회담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남북대화가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고 박 대통령에게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도 “북한의 잘못엔 중국도 단호히 대처한다”는 전제하에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화답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두 정상은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신뢰 구축이 중요하고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공통의 인식에 도달했다”는 취지의 성명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한·중 정상회담 직후 북한에 탕 전 위원과 같은 부총리급의 고위 인사를 특사로 보내 회담 내용을 설명한 뒤 남북대화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박근혜정부가 처음 맞는 8·15 경축사를 활용할 수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다.

외교 소식통은 “남북이 7·27과 8·15를 활용해 각각 유연성을 발휘하느냐가 대화 성사 여부를 가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북한의 평화체제 논의 요구를 일축하고 “비핵화부터 해결하자”고 맞받으면 대화는 성사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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