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승구 기자] 민주당은 최근 ‘을(乙)지킴이’을 표방해 ‘민생 정당’임을 강조하며 이와 관련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전후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총공세에 나서면서 전열이 흐트러지는 모양새다.
현재 민주당은 ‘민생 정당’을 표방한 첫 마음과과 ‘선명야당’이라는 노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중심을 잡지 못해 헤매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투톱인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는 각각 ‘이기는 민주당’과 ‘선명한 민주당’을 내세우며 강력한 대여(對與)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당내외에서 현재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적잖이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에 대해 강력한 견제를 펼쳐야하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오히려 여당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당의 한 중진의원은 “현 지도부는 뚝심이 부족하다. 당의 노선을 소신껏 강력하게 밀어부쳐야 하는데 그런 추진력이 부족하다”며 “이러는 사이에 당력이 집중되지 못하고 분산된다”고 한탄했다.
또한 그는 “이렇듯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이러다가 앞으로 있을 10월 재보궐선거 등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할지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점점 깊어지는 가운데 6월 임시국회의 회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게다가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정원 사건에 대해 역공을 펼치며 민주당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민주당이 표방하는 ‘민생 정당’과 관련된 행보를 넓히며 점점 영역을 잠식해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민주당이 살아남을 길은 지도부가 결단력을 가지고 소신껏 일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지도부가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면 당내에서는 당원들의 절대적인 협조를 얻어낼 것이고 당밖에선 제1야당의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생과 선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고 싶은 게 민주당의 심정이겠지만 이렇게 ‘갈팡질팡’ 행보가 계속되는 한 민주당은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이 아니라 ‘을이 되어 피눈물을 흘리는 정당’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